한국석유공사, 계산 없는 투자·끝없는 적자… 대통령이 멈춰 세웠다
2025-12-1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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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산성·생산원가조차 없는 ‘대왕고래’에 수천억 투입 시도
- 대통령 “국민 자금 투자는 계산이 전제돼야”
- “변수 많다”는 답변에 “그러면 하지 말아야” 원칙 제시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이 대통령이 한국석유공사의 경영 실적과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대왕고래)을 두고 강도 높은 질타를 쏟아냈다. 매장량 대비 채산성 검토 없이 수천억 원 규모 투자가 추진됐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이 대통령은 12월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한국석유공사 사장 직무대행에게 경영 실적을 직접 질의하며 “그 유명한 석유공사냐”고 물은 뒤, 올해 예상 적자 규모와 원인을 따져 물었다. 직무대행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2700억 원이었지만, 올해는 유가 하락과 이자 비용 증가 등으로 5000억 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이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작년과 재작년 흑자 시기에도 금융 비용은 비슷했을 텐데, 이자 비용 때문에 적자가 난다는 설명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직무대행이 유가 하락을 핵심 원인으로 들며 공사가 보유한 유전의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약 75달러 수준이라고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다른 나라 유전의 생산 원가가 40~50달러 미만인 것에 비하면 원가가 지나치게 높다”며 “70달러가 넘으면 채산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동해 심해 가스전 ‘대왕고래’ 사업에 대해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생산 원가를 추산해 봤느냐”고 물었고, 직무대행이 “정확한 수치는 없고 변수가 많다”고 답하자 “변수가 많으면 안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사업성이나 개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업에 수천억 원을 투자하려 했느냐”며 “매장량을 추산하면 생산비와 국제 유가를 비교해 가치를 계산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직무대행은 “1조 원 정도의 매장 가치가 있으면 경제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 대통령은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석유공사의 자본잠식 상태와 관련해 부채 규모를 지적하며 해소 방안을 질의했다. 현재 석유공사의 부채는 약 21조 원에 달한다. 직무대행은 우량 자산 중심의 구조 재편과 구조조정 계획을 보고했으나, 이 대통령은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유가가 계속 하락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전망이 밝지 않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석유공사가 보유한 해외 유전이 국내 에너지 수급에 기여하는 비중을 묻자, 직무대행은 “국내 도입 물량은 전체 수입량의 5% 미만”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성이 불분명한 사업에 막대한 공공 자금을 투입한 데 대해 우려를 표하며, 공사의 재정 건전성 문제를 거론했다. 한국석유공사는 현재 6년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있으며, 2023년 기준 부채가 21조 8천억 원에 달하는 등 엄청난 경영난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