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숨기고 성관계한 20대, 상대 여성은 '극한의 공포'에 빠졌다
2025-12-1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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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잠복기 수년, 증상이 없는 시간이 더 위험할수도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긴 채 피임도구 없이 성관계를 맺은 20대 남성이 있었던 걸로 드러나 충겨을 주고 있다.
광주지법은 최근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상대방과 피임도구 없이 성관계를 한 20대 남성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건 이후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호소했고, 피고인이 별다른 피해 보상을 하지 않은 점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피해자는 현재까지 시행한 검사에서 모두 HIV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장기간의 불안과 심리적 충격을 감내해야 했다. 이 판결은 감염 여부와 무관하게 ‘알리지 않은 성관계’ 자체가 중대한 범죄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HIV와 에이즈를 혼동하는 인식이 많다. HIV는 바이러스의 이름이고, 에이즈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면역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돼 여러 기회감염과 암이 발생한 상태를 말한다. 즉 HIV에 감염됐다고 해서 곧바로 에이즈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치료를 받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나 면역세포가 크게 감소했을 때 에이즈로 진행된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은 ‘HIV 감염자와 피임도구 없이 성관계를 하면 반드시 감염되느냐’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반드시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감염 위험은 분명히 존재하며, 반복될수록 위험은 누적된다. HIV는 혈액, 정액, 질 분비물, 모유 등을 통해 전파되며, 콘돔 없이 성관계를 할 경우 바이러스가 체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생긴다. 특히 상처나 점막 손상이 있을 경우 감염 확률은 더 높아진다.
HIV 감염 이후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2주에서 6주 사이 일부 감염자에게서 감기와 비슷한 급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발열, 인후통, 근육통, 림프절 종창, 발진 등이 대표적이며 대부분 일시적으로 사라진다. 이 시기를 지나면 수년간 특별한 증상이 없는 잠복기가 이어질 수 있다.
이 잠복기가 HIV 감염의 가장 위험한 지점이다. 본인은 건강하다고 느끼지만, 체내에서는 바이러스가 서서히 면역세포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평균 8년에서 10년 사이 면역 기능이 크게 저하되고, 폐렴이나 결핵, 곰팡이 감염 같은 기회감염이 나타나며 에이즈 단계로 진행된다. 이 시점에는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정도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다.

다행히 현재는 HIV를 조기에 발견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바이러스 수치를 극도로 낮출 수 있고, 이 경우 타인에게 전파될 가능성도 매우 낮아진다. 실제로 치료를 통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수준으로 유지되면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축적돼 있다. 중요한 것은 조기 검사와 치료,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책임 있는 고지다.
이번 판결은 질병 그 자체보다 ‘알 권리’와 ‘예방 가능성’을 외면한 행위가 얼마나 무거운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HIV는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됐지만, 무지와 침묵은 여전히 타인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 성관계 전 정확한 정보 공유와 예방도구 사용, 의심 증상이 있을 때의 즉각적인 검사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에 가깝다. 에이즈에 대한 공포보다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