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4분의 1을 여기에?'…서울 아파트, 결국 천장 뚫었다
2025-12-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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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의 월세화' 가속…서울 월세 평균 147만 6,000원
4인 가족 소득 4분의 1이 집세로 빠져나가
갈수록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가 늘어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임차인들의 주거비 압박 역시 커지고 있다.

‘10·15 대책’ 시행 이후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물건이 감소했고, 고가 월세 거래 비중이 확대됐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는 평균 147만 6,000원으로 월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전국 주택 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주택 종합 기준 전월세 통합 지수는 한 달 전보다 0.52%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5년 11월 0.53%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다시 찍은 것이다. 전월세 통합 지수는 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전세 지수와 월세 지수에 각각 가중치를 부여해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전월세 전환율과 전·월세 거래량 등을 종합해 산출하는 지표다.
서울 내에서도 자치구별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송파구가 1.07% 올라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용산구 0.92%, 영등포구 0.86%, 양천구 0.83%, 강동구 0.83%, 서초구 0.77% 등이 뒤를 이으며 강세를 보였다. 수도권 전체 전월세 통합 지수 상승률도 전월 0.30%에서 지난달 0.35%로 0.05%포인트 높아졌고, 비수도권 역시 0.09%에서 0.12%로 오르며 상승 폭을 키웠다. 전국 주택 종합 월세가격 지수는 0.19%에서 0.23%로 상승 폭을 확대했고, 경기(0.20%→0.28%)와 인천(0.15%→0.22%)도 오름폭이 커지는 흐름을 나타냈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서울 아파트가 전월세 상승세를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지수 상승률은 0.64%로 가장 높았고, 연립주택이 0.39%, 단독주택이 0.25% 상승했다. 연립주택과 단독주택의 상승 폭이 전월과 비슷한 수준에 그친 반면,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전체 전월세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거래 구조를 보면 월세 편중 현상도 뚜렷해졌다. 월세 거래량이 늘면서 올해 들어 서울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꾸준히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월세 거래 비중은 57.6%로 50%대에 머물렀지만, 이후 월세 거래가 늘어나면서 올해 2월 처음으로 60%를 넘어선 뒤 지난 10월까지 9개월 연속 60%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세 물건이 부족해지자 집주인들이 월세 또는 반전세로 돌리는 사례가 늘고, 이에 따라 월세 수요도 함께 몰리면서 월세가 다시 오르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가 월세 거래 비중 확대도 눈에 띄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10·15 대책’ 발표 이후 5주간(10월 16일~11월 20일) 서울 아파트 신규 월세 거래 가운데 보증금 규모와 관계없이 월세 100만 원 이상 계약은 2,87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신규 월세 거래의 55.6%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고가 월세 쏠림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세가 빠르게 오르면서 임차인의 체감 주거비 부담도 커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는 평균 147만 6,000원을 기록해, 월별 집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말 평균 134만 1,000원과 비교하면 10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1년 사이에 추가로 오른 셈이다. 올해 4인 가구 중위소득이 609만 8,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소득의 약 24%를 월세로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세 부담 전가와 맞물려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보유세 인상이 결국 임차인에게 전가돼 전세 보증금과 월세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가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10% 오를 경우 전셋값은 약 1~1.3%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상승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키우고, 이에 따라 전셋값 역시 상승한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전월세 통합 지수와 월세 비중, 고가 월세 거래, 평균 월세 수준이 동시에 상승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구조적 변화로 굳어지고 있다. 여기에 세제 변화까지 겹치며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2차 베이비부머가 퇴직했거나 퇴직을 시작한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이 갑자기 커지면 반발이 이전보다 커질 수 있다"며 "보유세 인상과 취득세, 양도세 인하가 동시에 이뤄져야 지속적인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