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씹어먹고 떠나더니…포옛 감독 “한국 선수들 패스가…” 소신 발언

2025-12-2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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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의 기술은 뛰어나지만 '패스를 위한 패스'에 빠져 있다
저렴한 몸값에 묻혀 세계 무대 진출 못하는 한국 선수들

전북 현대를 K리그1 우승으로 이끌고 떠난 거스 포옛 감독이 한국 축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해외에 밝혔다. 그는 한국 선수들이 뛰어난 기술을 갖췄지만, 세계적 트렌드를 좇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스 포옛 감독 / 뉴스1
거스 포옛 감독 / 뉴스1

우루과이 매체 스포르트890은 지난 16일(한국 시각) 포옛 감독과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작년 12월 전북에 부임해 올 시즌 리그와 코리아컵 더블을 달성했다.

포옛 감독은 한국 축구의 특징을 묻는 질문에 "한국은 아주 기술적인 리그다"라며 "한국 선수들은 다들 기술이 상당히 좋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칭찬 뒤에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는 "한국 선수들은 세계적인 트렌드에 너무 영향을 받아서 소위 '패스를 위한 패스'를 하는 경향이 좀 있다"고 지적했다. 점유율이나 빌드업 자체에 매몰돼 효율적인 공격 전개를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 문제를 제3자의 시선에서 날카롭게 짚어낸 분석이다. 점유율 축구를 트렌드로 만든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점유율을 중시하지만, 점유율을 위한 패스(축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한국에서는 선수들이 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패스를 돌리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 보니 지루한 패턴의 경기가 자주 나온다. 포옛 감독이 지적한 대로 패스의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생각해볼 시점이다.

포옛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을 적극 주장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한국 선수들이 유럽에 가고 싶어 하는데 많이 가지 않는다는 거다"라며 "더 많은 선수들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유는 한국 선수들의 몸값이 아주 저렴하기 때문이다"라며 "우리 팀 주장(박진섭)의 바이아웃 조항은 120만 달러(약 18억 원)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주장으로서 모든 경기를 90분 풀타임 소화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많이 뛴다. 그런데 유럽 사람들은 그를 모른다. 다른 리그였다면 바이아웃이 500만 파운드(약 74억 원)에서 700만 파운드(약 103억 원) 정도 될 거다. 한국 선수들을 많이 찾아보지 않아서 한국 축구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내가 만약 1월에 유럽의 어떤 팀을 맡게 된다면, 전북에서 3~4명 정도를 영입하라고 제안할 거다. 왜냐하면 그들은 실력도 좋고 이적료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들을 잘 알고, 그들도 나를 잘 안다"라고 전했다.

전북 현대 코리안컵 우승 / 뉴스1
전북 현대 코리안컵 우승 / 뉴스1

한국 선수들의 태도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포옛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정말 예의바르다"라며 "경기 전날 하는 전형적인 스피드 훈련이나 짧은 달리기 같은 체력 훈련에도 정말 열심히 임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평하거나 억지로 하는 선수는 없었다. 20분만 뛰어도 최선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 규율과 존중이 삶의 일부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내 생각에 한국 선수들이 중국 선수들보다 훨씬 더 헌신적"고 덧붙였다.

전북 부임 배경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그는 2023년 12월 런던에서 구단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졌다. 당시 구단은 전술적인 논의보다는 그의 인성과 성격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포옛 감독은 "전북은 리그 최다 우승 타이틀을 가진 거대한 팀인데 직전에 강등권 싸움까지 가서 2부 리그 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다"고 설명했다. 구단 측에서는 전술적인 문제보다 멘털적인 문제, 선수단의 단합 문제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부임 첫 달은 태국으로 한 달 동안이나 전지훈련을 갔다"며 "전 세계 어디서도 한 달이나 전지훈련 가본 적이 없다"고 회상했다.

이어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축구보다는 개인적인 문제, 팀을 하나로 묶고 위닝 멘털리티를 심어주는 것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아들 디에고 포옛과 함께 코칭스태프로 일하며 겪은 일화도 공개했다. 포옛 감독은 "디에고는 직설적이다. 경기 때 위에서 보며 누가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 실시간으로 정보를 줬다. 경기 안 풀릴 때 있지 않나. '누가 자꾸 뚫리는데' 싶을 때. 나도 생각이 있는데 디에고가 똑같은 이름을 말하면 빼버리는 거다. 의견 일치니까"라며 신뢰를 표시했다.

유튜브, 전북현대모터스

포옛은 2024시즌 승강플레이오프로 떨어졌던 전북을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바꿔놨다. 부임 이후 전북은 총 48경기 30승11무7패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승률 62.5%를 자랑했으며, 리그에서 23승10무5패로 64득점 32실점, 골 득실 +32를 기록했다.

다만 포옛 감독은 수석코치 마우리시오 타리코의 인종차별 징계 논란으로 코리아컵 우승 직후 전북을 떠났다. 비록 한국에서의 여정은 길지 않았지만 한국 축구에 대한 좋은 인상과 날카로운 조언을 남겼다.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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