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에 HIV 감염자의 피가... '15명 사상' 대만 흉기난동 후폭풍
2025-12-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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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역·백화점 덮친 연쇄 난동... 4명 숨지고 11명 부상

대만 타이베이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연쇄 흉기 난동 사건이 대만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 중 HIV 감염자가 포함돼 2차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보건당국이 긴급 대응에 나섰다.
22일 대만 경찰 당국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5시 24분께 타이베이 도심의 타이베이 역과 중산역 인근에서 27세 남성 장원이 연막탄을 던지고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장원은 검은 옷을 입고 방독면을 쓴 채 타이베이 역 출구 부근에서 연막탄을 연속으로 투척한 뒤 긴 칼을 꺼내 들고 시민들을 무차별 공격했다. 그는 타이베이 역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인근 호텔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중산역 인근 청핀리비난시(誠品生活南西) 백화점 앞에서 다시 연막탄을 던지며 행인들을 공격했다.
대만 위생복리부 통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범인 장원을 포함해 총 4명이 숨졌고 11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타이베이 역에서 범인의 방화를 막으려다 칼에 찔린 57세 남성, 중산역 인근에서 공격당한 37세 남성 오토바이 운전자와 37세 남성, 그리고 범인인 장원이다. 57세 남성은 범인이 연막탄과 함께 휘발유탄을 점화하려는 것을 보고 제지하려다 긴 칼에 베여 타이완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후 7시쯤 숨졌다.
장원은 백화점 안으로 도주해 1층부터 4층까지 올라가며 계속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이 백화점 내부로 추격하자 장원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고, 경찰의 포위 속에서 6층 높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장원은 현장에서 심폐정지 상태로 발견돼 국태의원으로 이송됐으나 오후 7시 42분 사망 선고를 받았다.
사건 발생 하루 뒤인 20일 대만 보건당국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 중 1명이 HIV 감염자라고 밝혔다. HIV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다. 인체의 면역체계를 파괴해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HIV는 주로 성접촉, 혈액 접촉, 모자 수직감염 등을 통해 전파되는데, 흉기를 통한 혈액 노출도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범인이 휘두른 칼에 HIV 감염자의 피가 묻었고, 그 칼로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면서 혈액이 다른 피해자의 상처나 점막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어 2차 감염 우려가 제기된다.
쉬충량 위생복리부 부장은 "피해자 중 한 명이 이미 신고돼 약물 복용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HIV 감염자"라며 "이번 사건으로 흉기나 현장의 혈액 분사로 인해 혈액이 상처나 점막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다른 시민들을 위해 질병관리청이 노출 후 상담 및 공비 투약 전문 프로젝트를 가동했다"고 설명했다.

롄이쥔 질병관리청장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분 중 칼에 베이거나, 눈에 피가 튀었거나, 혈액이 상처에 닿은 경우로 아직 진료를 받지 않았다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해당 감염자는 장기간 약물 복용으로 바이러스량이 측정 불가능한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감염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면서도 "혈액이 흉기를 통하거나 상처나 점막에 노출될 위험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어 예방적 투약을 통해 감염 위험을 실질적으로 제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뤄이쥔 질병관리청 부청장은 혈액 노출로 인한 HIV 감염 확률이 극히 낮다고 강조했다. 뤄 부청장은 "혈액 노출로 인한 HIV 감염 기회는 만분의 1보다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예방 투약은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투약 완료 후 감염 확률을 제로로 낮출 수 있어 영향을 받은 시민들이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뤄 부청장은 과거 유사 사례를 들어 2차 감염 우려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6년 독일 베를린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부상자 33명 중 1명이 HIV 감염자였지만 후속 투약과 모니터링 결과 다른 부상자 중 감염된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HIV는 공기 중 생존력이 매우 약해 공기에 노출되면 쉽게 사멸한다"며 "노출자의 가족이나 택시 운전사 등은 감염 위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타이베이시 위생국에 따르면 점막이 HIV에 감염된 혈액에 접촉했을 때, 예를 들어 혈액이 눈에 튀었을 경우 감염 위험은 약 0.09%(1만분의 9)이며, 파손된 피부로 접촉해 감염되는 경우는 점막 접촉보다 낮다. 위생국은 노출 후 예방 투약은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해야 하며 72시간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약 기간은 28일이 권장되며, 노출 후 4~6주, 12주차에 각각 추적 검사를 실시한다. 질병관리청은 이 사건을 3개월간 추적할 예정이다.
타이베이시 경찰국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장원이 단독 범행을 저질렀으며 공범은 없는 것으로 초기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국장 리시허는 "타이베이와 타오위안의 거주지를 수색하고 장원의 부모를 조사한 결과 개인적인 무차별 살인 사건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장원은 공군 지원병 출신이지만 2022년 휴가 중 음주운전으로 제명됐다. 사건 발생 전 예비군 교육 소집에 불참해 같은 해 7월 타오위안지검으로부터 지명수배됐다.
타이베이시 경찰 형사대 대장 루쥔훙은 장원이 올해 초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루 대장은 "장원의 클라우드 드라이브에서 범행 계획서를 발견했다"며 "시간, 경로, 허를 찌르는 전략 등이 모두 계획에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원은 16일부터 다퉁구와 중산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주변 환경을 파악했고, 19일 오후 중산구 등 3곳에서 방화한 뒤 임대 주택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었다. 범행 과정에서 장원은 총 5차례 변장했다. 경찰은 장원의 임대 주택과 호텔에서 대량의 휘발유탄과 흉기를 발견했다.
경찰은 장원이 2014년 타이베이 지하철 무차별 살인 사건을 일으킨 정제를 검색한 기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원이 노트나 메모를 남기지 않았고, 디지털 공간에서도 자신의 언어나 사상적 행위를 표현한 흔적이 없어 명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