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첫 주만에…넷플릭스 글로벌 랭킹 1위 찍은 한국 영화
2025-12-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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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 공개 3일 만 2790만 시청 수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가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공개 후 엇갈린 평가를 얻고 있는 '대홍수'가 랭킹 차트에서 선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대홍수'는 대홍수가 덮친 지구의 마지막 날,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건 이들이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 속에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 SF 재난 블록버스터다. 배우 김다미, 박해수 등이 출연하며 '전지적 독자 시점' '더 테러 라이브' 등을 연출한 김병우 감독의 작품이다.
이 영화는 지난 19일 이후, 공개 3일 만에 279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했다. 대한민국, 스페인, 브라질, 카타르, 태국을 포함한 총 54개 국가에서 1위에 올랐으며, 93개 국가에서도 TOP 10 리스트에 오르며 해외에서 관심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90만 시청 수를 기록하며 영화(영어) 부문 1위를 차지한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 '을 넘어서 시청 수 기준 전체 1위를 달성해 눈길을 끈다.
이 같은 수치가 더욱 주목되는 것은 국내에서 '대홍수'에 대한 평가가 확연하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일례로 네이버 관람평에서 '대홍수'의 평점은 24일 오전 9시 기준 3.92점을 기록하고 있다.


1~2개의 낮은 별점을 제시한 일부 관람객들은 "영화가 처음부터 허점 투성이" "개연성이 너무 떨어진다" "도대체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건지 너무 난해하다" "대홍수 아니고 대참사다" 등의 코멘트를 남겼다.
반면, 영화의 의미와 시도에 있어서 호평을 더하며 저조한 평점에 의아함을 나타내는 관객들도 있었다. 해당 누리꾼들은 "괜찮은 시도의 영화 같은데 관람평만 보면 영화를 끝까지 보긴 한 건지 의문인 댓글들이다" "평 보고 너무 당황했다. 요즘 숏츠 시대라 사람들이 긴 걸 못 봐서 그런지 다들 앞부분만 보고 끈 거 같다" "오락성이나 작품성 모두 최소 7점 이상은 되는 영화인데 이런 평점 해프닝을 당해 많이 안타깝다" "오랜만에 마음에 남는 좋은 영화를 본 거 같다" "끝까지 보면 후회 안 한다. 정말 평점이 안타까워서 진심을 다해 적는다" 등의 코멘트를 남겼다.
개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대홍수'에 대한 거친 평가들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 생산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데드풀' '스파이더맨' 등의 작품에서 활약한 황석희 번역가는 지난 23일 자신의 SNS에서 '대홍수'에 관해 "내가 신뢰하는 주변인들 평을 보자면 대단한 수작은 아니어도 평작 수준. 감탄할 건 아니지만 재밌게 볼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몇 년 전부터 느끼는데 관객들 평이 점점 짜다. 그리고 평의 염도에 비례해 표현이 과격해진다"고 말했다.
또한 황 번역가는 "(과거에는) 졸작, 평작이 그리 많았는데 요즘처럼 악담과 저주 같은 평이 많진 않았다"며 "이제 평작은 설 땅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내가 싫으면 싫은 거지, 영화를 보지 말라 종용하고 망하라고 저주하고, 이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일 일인가 싶다"고 덧붙였다.
허지웅 작가 역시 지난 22일 자신의 SNS에서 "'대홍수'가 그렇게까지 매도되어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도파민을 시기 적절한 시점에 치솟게 만들지 못하는 콘텐츠를 저주한다"고 말했다. 또한 허 작가는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체감할 수 있는 비용이 제로에 수렴하는 시대다. 시작하자마자 관객의 도파민을 충족하지 못하는 콘텐츠는 외면당한다. 아니 저주를 감당해야 한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작품에 대한 관객의 평가는 모두 다를 수 있고 개개인의 의견은 존중받을 수 있다. 다만 논란이 제기된 것처럼 특정 작품을 조기에 낙인찍고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이 또 하나의 문화적 재난이 아닌지에 대해서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홍수'는 지난 19일 공개돼 이제 막 대중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단정이 아닌 감상을 나눌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