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 주고 누가 사 먹나”…싼 맛은 옛말, 국산 턱밑까지 쫓아왔다는 '식재료'

2025-12-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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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 원화가 부른 가격 폭등

“수입이랑 한우 가격 차이가 얼마 안 나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육류 코너. /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육류 코너. / 연합뉴스

최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 김 씨는 육류 코너의 가격표를 확인한 뒤 발걸음을 멈췄다. 한참 동안 가격표를 번갈아 보며 고민하던 그는 결국 원래 사려던 품목을 내려놓았다. 한때 가격 부담 없이 장바구니에 담았던 외산 식재료가 한우 가격을 턱밑까지 추격하며 가격 이점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올해 초 100g당 4200원 수준이었던 미국산 냉장 갈비살의 국내 원료가격은 이달 중순 기준 약 17% 오른 490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호주산 소고기의 경우 상승 폭이 더 가팔라 같은 기간 35% 급등하며 5900원대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외산 소고기 가격이 요동치는 주된 원인은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에 있다. 지난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8원 오른 1480.1원으로 장을 마쳤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148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4월 이후 8개월 만이다. 환율 변동에 민감한 수입 먹거리들이 고환율 여파를 정면으로 맞으며 서민들의 밥상물가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등심 부위 소고기 / Moomusician-shutterstock.com
등심 부위 소고기 / Moomusician-shutterstock.com

실제 수치에서도 고환율의 영향은 뚜렷하게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4% 상승했다. 특히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11월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지난 6월 대비 6.05% 상승했으나 달러 기준으로는 오히려 0.5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 시장에서 물건값 자체는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약 7% 가까이 오르면서 국내 반입 가격만 6% 넘게 뛰었다는 의미다.

수입 물가 급등에 따른 민생 부담이 커지자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수입 먹거리의 수급 상황과 유통 시스템 전반을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고환율로 인해 기름값이 6주 연속 상승하며 원자재와 물류비 등 생활물가 전반으로 부담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짐에 따라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다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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