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도 안 먹는데…한국인들은 고기 먹을 때 없으면 난리 나는 '의외의 식재료'

2025-12-2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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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열풍이 바꾼 최근 흐름까지

전 세계에서 한국인만큼 식재료의 범위를 넓게 활용하는 민족도 드물다.

고기와 깻잎, 상추  / photohwan-shutterstock.com
고기와 깻잎, 상추 / photohwan-shutterstock.com

그중에서도 깻잎은 한국 식문화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서구권은 물론이고 지리적으로 인접한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도 깻잎을 식용으로 즐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서도 들깨 자체는 재배하지만, 그 잎을 식탁에 올리는 문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외형이 주는 진입장벽, "나뭇잎을 왜 먹나"

외국인들이 깻잎을 처음 접할 때 느끼는 가장 큰 거부감은 그 외형에 있다. 깻잎은 다른 쌈 채소에 비해 표면이 거칠고 까슬까슬하며 잎맥이 매우 뚜렷하다. 게다가 짙은 녹색의 색감은 식용 채소라기보다 정원의 나뭇잎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많은 외국인이 깻잎을 보고 "길거리에 떨어진 나뭇잎을 주워 먹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깻잎 자료사진 / mujijoa79-shutterstock.com
깻잎 자료사진 / mujijoa79-shutterstock.com

이러한 인식은 조리된 형태에서 더욱 심해진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깻잎장아찌나 깻잎찜은 양념에 절여져 숨이 죽은 상태인데, 이 모습이 낯선 이들에게는 비에 젖어 바닥에 붙은 낙엽처럼 비쳐 거부감을 자아낸다. 일본의 경우 모양이 흡사한 '시소(차즈기)'를 먹긴 하지만, 깻잎 특유의 강렬한 향을 '비누 향'이나 '화장품 냄새'로 인식해 식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 기름을 짜기 위해 들깨를 재배하는 북한조차도 잎을 따면 깨알이 여물지 않는다는 이유로 식용을 멀리하는 편이다.

고기와 절임, 한국인이 찾은 최상의 궁합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에게 깻잎은 대체 불가능한 '국민 채소'다. 한국인이 깻잎에 열광하는 이유는 육류와의 완벽한 조화에 있다. 삼겹살이나 양념 갈비 등 기름진 고기를 먹을 때 깻잎은 필수다. 깻잎 속 '페릴라 케톤' 성분은 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며, 특유의 향긋함이 입안을 정돈해주는 역할을 한다. 상추와는 또 다른 알싸한 매력이 고기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리는 것이다.

깻잎절임 자료사진 / Dr.wellness-shutterstock.com
깻잎절임 자료사진 / Dr.wellness-shutterstock.com

또한 깻잎은 한국의 독창적인 저장 음식 문화를 상징한다. 잎사귀 한 장 한 장 사이에 양념을 정성스럽게 발라 만드는 깻잎절임은 사계절 내내 식탁을 책임지는 밑반찬이다. 나뭇잎과 비슷해 보여 외면받던 그 얇은 두께는 오히려 양념이 깊게 배어들게 하는 장점이 되었고, 갓 지은 흰 쌀밥에 싸 먹는 방식은 한국인만의 고유한 식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영양의 보고, 잡초에서 식탁 위의 명약으로

외형 때문에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깻잎은 영양학적으로 매우 뛰어난 식재료다. '식탁 위의 명약'이라는 별명답게 철분 함량이 매우 높아 빈혈 예방에 탁월하며, 칼슘과 비타민 A, C가 풍부해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을 준다.

깻잎전 자료사진 / becky's-shutterstock.com
깻잎전 자료사진 / becky's-shutterstock.com

최근 전 세계적으로 K-푸드가 확산되면서 깻잎에 대한 시각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깻잎 쌈을 즐기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자, 호기심에 깻잎을 시도하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나뭇잎 같은 생김새에 당황하던 이들도 한국식 고기 요리와 곁들였을 때 발생하는 풍미의 조화를 경험하며 깻잎만의 매력을 발견해가고 있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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