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수 없이' 가능한 두부 찌개 비결…이걸 왜 모르고 살았을까요
2025-12-25 15:47
add remove print link
육수 없이도 얼큰한 이유, 마늘과 고춧가루의 비결
15분이면 완성되는 담백한 두부 찌개 만드는 법
냉장고를 열었을 때 눈에 들어오는 재료가 두부 한 모뿐일 때가 있다. 찌개를 끓이고 싶지만 육수가 없다는 이유로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두부 찌개는 육수가 없어도 충분히 얼큰하고 시원하게 완성할 수 있는 음식이다. 핵심은 재료의 조합과 불 조절, 그리고 순서다. 육수 없이도 국물이 밋밋하지 않은 두부 찌개는 의외로 집에 늘 있는 재료들로 만들어진다.
두부 찌개의 기본은 두부지만, 맛의 뼈대를 만드는 것은 양념이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고춧가루와 마늘이다. 고춧가루는 단순히 매운맛을 내는 재료가 아니라, 국물의 깊이를 만들어준다. 마늘은 생마늘을 바로 넣기보다는 기름에 살짝 볶아 향을 먼저 끌어내는 것이 좋다. 이 과정만으로도 육수를 넣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국물 맛이 달라진다.

조리의 시작은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는 것이다. 불은 중약불이 적당하다. 마늘이 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고춧가루를 넣어 함께 볶아준다. 이른바 고추기름을 만드는 단계다. 이때 고춧가루가 검게 변하면 쓴맛이 나므로 불 조절이 중요하다. 마늘과 고춧가루가 어우러져 붉은 기름이 올라오면, 육수 없이도 찌개의 방향이 이미 정해진다.
여기에 양파를 넣어 볶아주면 단맛이 자연스럽게 더해진다. 양파는 국물에 단맛과 시원함을 동시에 주는 재료다. 양파가 없다면 대파를 넉넉히 넣어도 좋다. 파의 흰 부분을 먼저 볶아 파기름을 만들면 감칠맛이 한층 살아난다. 이 단계까지 오면 냄비 안에는 이미 찌개다운 향이 가득 차오른다.

이제 물을 붓는다. 육수가 없기 때문에 물의 양이 중요하다. 너무 많이 붓지 말고, 재료가 잠길 정도만 넣는 것이 좋다. 물을 붓자마자 간장을 한 스푼 정도 넣어 밑간을 해준다. 국간장이나 진간장 모두 가능하지만, 양은 과하지 않게 조절해야 한다. 여기에 고추장이나 된장을 소량만 더해도 국물의 밀도가 확 살아난다. 두 가지를 함께 쓰기보다는 집에 있는 것 중 하나만 선택하는 편이 깔끔하다.
두부는 마지막에 넣는 것이 포인트다. 끓는 물에 두부를 처음부터 넣으면 쉽게 부서지고 국물이 탁해진다. 양념이 어느 정도 어우러진 뒤, 숟가락으로 크게 떠서 넣듯이 올려준다. 두부는 자르지 않고 손으로 큼직하게 부숴 넣어도 좋다. 이렇게 하면 국물이 두부 사이사이로 스며들어 맛이 더 잘 배어든다.
얼큰함과 시원함을 동시에 살리고 싶다면 고추 하나를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다. 청양고추는 매운맛을, 홍고추는 색감을 더해준다. 마지막에 후추를 살짝 뿌리면 국물 맛이 또렷해진다. 취향에 따라 김치 한 숟가락을 넣어도 좋다. 김치의 산미가 더해지면 육수가 없어도 국물이 훨씬 깊어진다.

찌개는 센 불에서 짧게 끓이는 것이 좋다. 오래 끓일수록 맛이 좋아질 것 같지만, 두부 찌개는 그렇지 않다. 센 불에서 5분 정도만 팔팔 끓이면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대파를 넣고 불을 끄면 향과 맛이 살아난다. 이 과정까지 모두 마쳐도 조리 시간은 15분을 넘기지 않는다.
육수 없이 끓인 두부 찌개의 매력은 담백함이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얼큰하고,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 재료가 단출한 만큼 실패할 확률도 낮다. 냉장고 사정이 여의치 않은 날, 늦은 저녁 부담 없이 먹고 싶은 날에 특히 잘 어울린다.
육수가 없어서 찌개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불필요한 재료를 덜어낸 덕분에 두부 본연의 맛이 더 또렷하게 살아난다. 집에 있는 기본 양념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한 국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두부 찌개는 살림의 현실적인 해답이 된다. 오늘 저녁, 냄비 하나만 꺼내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