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가 아니었네?… 한국인 70%가 헷갈려서 암 위험 키우는 '침묵의 습관'
2025-12-2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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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남발로 방사선 피폭 836배...한국인 의료검사 위험수위
한국인의 의료 영상 촬영 건수가 급증하며 불필요한 방사선 피폭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 환자는 1년간 CT를 130회나 촬영해 방사선 작업 종사자 연평균 피폭량의 800배를 넘기는 사례도 확인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무분별한 촬영을 줄이고, 본인의 검사 이력을 직접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병원에서 흔히 찍는 CT 촬영이 과도할 경우 심각한 방사선 피폭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1년 동안 무려 130번이나 CT를 찍은 사람이다. 이 사람이 일 년간 노출된 방사선량은 약 234밀리시버트(mSv)로 추정된다. 이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 올 수 있다. 병원에서 방사선을 다루는 전문 작업 종사자의 연간 평균 피폭량이 0.28mSv다. 단순 계산으로도 전문 종사자보다 약 836배나 많은 방사선을 맞은 셈이다. 의료 방사선 평균 피폭량과 비교해도 111배가 넘는 수치다.
전체적인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이미 의료 방사선 위험지대에 진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천 명당 CT 촬영 건수는 333.5건이다. OECD 평균인 177.9건보다 두 배 가까이 많고,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촬영 횟수가 늘어나니 피폭량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최근 5년 사이 CT 촬영 인원은 27.5% 늘었고 촬영 건수는 33.3%나 증가했다. 특히 암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한다고 알려진 연간 100mSv를 초과해 방사선에 노출된 사람이 2024년 기준 4만 8천 명을 넘었다. 이는 2020년과 비교해 37.6%나 늘어난 수치다. 국제 학계에서는 방사선 피폭량이 100mSv를 넘으면 암 발생 위험이 약 0.5% 증가한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많은 국민이 이런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단이 성인 남녀 1,88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의료방사선이라는 용어 자체는 들어봤다는 사람이 87.8%로 꽤 많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내용은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표적인 오해가 MRI 검사다. 응답자의 71.4%가 MRI를 찍으면 방사선이 나온다고 답했다. 사실 MRI는 자기장을 이용하는 검사라 방사선 노출이 전혀 없다. 반면 CT는 방사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피폭 위험이 있다. 이 두 가지를 혼동하다 보니 정작 주의해야 할 CT 촬영에는 무감각해지고, 안전한 MRI 검사를 두려워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방사선 노출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는 직업군과 비교해 봐도 결과는 의외다. 흔히 비행기를 많이 타는 항공 승무원이 우주 방사선 때문에 피폭량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법원에서도 승무원의 방사선 노출을 산재 원인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일반 국민이 의료 영상 검사로 받는 연간 평균 피폭량이 2.1mSv로, 항공 승무원의 피폭량인 1.72mSv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환자가 병원을 옮겨 다닐 때마다 불필요하게 CT를 다시 찍는 일을 막으려면 환자 스스로 본인의 촬영 이력을 아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공단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인 The건강보험을 통해 내가 언제, 얼마나 CT나 유방 촬영을 했는지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방사선에 특히 취약한 12세 미만 아동의 엑스레이 촬영 이력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했다.
공단 관계자는 불필요한 의료 방사선 노출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촬영만 하자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에서 검사를 권유받았을 때, 최근에 다른 병원에서 찍은 기록이 있는지 확인하고 의사와 상의하는 똑똑한 습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