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혜택인 줄 알고 클릭했는데… 내년부터 앱에서 사라지는 '낚시질'

2025-12-26 13:48

add remove print link

금융앱의 숨겨진 함정, 다크패턴 규제 본격화

스마트폰으로 금융 상품에 가입할 때는 터치 몇 번이면 끝나더니, 막상 필요 없어져서 해지하려고 하면 도대체 메뉴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찾을 수 없어 답답했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심지어 해지 버튼을 겨우 찾아 눌러도 '정말 혜택을 포기하시겠습니까?'라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문구가 발목을 잡기도 한다. 이처럼 교묘하게 소비자의 선택을 방해하거나 원치 않는 가입을 유도하는 온라인 상술, 일명 다크패턴이 금융권에서 퇴출된다.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칼을 빼 들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의 합리적인 결정을 방해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다크패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24일 밝혔다. 최근 비대면 금융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앱 화면 구성을 교묘하게 조작해 불필요한 상품 가입을 유도하거나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사례가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시스템 정비를 거쳐 내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금융당국이 정의한 다크패턴은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나뉜다.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는 오도형, 의사결정을 귀찮게 만드는 방해형,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압박형, 그리고 돈을 더 쓰게 만드는 편취유도형이다. 이를 다시 15개 세부 유형으로 쪼개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명확히 규정했다.

먼저 오도형은 화면이나 문장을 통해 소비자의 착각을 유도하는 행위다. 예를 들어, 설명 과정을 멋대로 생략해 소비자가 중요한 내용을 놓치게 하거나, '아니요'를 선택해야 혜택받는 것처럼 질문을 비꼬아서 의도치 않은 답변을 유도하는 속임수 질문이 대표적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옵션을 미리 선택해 둔 상태로 화면을 띄워 소비자가 무심코 넘어가게 만드는 특정 옵션 사전선택도 금지된다. 광고이면서 마치 객관적인 사실인 양 꾸미거나, 타사 상품과 비교한다면서 근거 없는 수치를 들이대는 행위도 더 이상 할 수 없다.

소비자들이 가장 큰 불편을 겪었던 해지 방해 행위도 사라진다. 가입은 앱에서 1분 만에 가능하게 해놓고, 해지하려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게 하거나 PC 버전 홈페이지로 접속하게 만드는 식의 취소·탈퇴 방해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가입한 경로와 같은 경로에서, 가입만큼 쉬운 방법으로 해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중요한 정보를 흐릿한 색상이나 작은 글씨로 적어 눈에 띄지 않게 만드는 숨겨진 정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품을 선택하게 하려고 다른 상품과의 가격 비교를 어렵게 만드는 행위,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수십 번을 클릭하게 만들어 지치게 하는 클릭 피로감 유발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심리적 압박을 통해 가입을 유도하는 행위도 제동이 걸린다. 카드 신청 중에 갑자기 휴대폰 요금 납부 광고를 띄우는 식의 기습 광고나, 이미 거절했는데도 반복적으로 팝업을 띄워 귀찮게 하는 반복 간섭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혜택은 지금 놓치면 다시 오지 않아요'라거나 '고객님만 아직 가입 안 하셨어요' 같이 불안감을 조성하는 감정적 언어나 거짓된 사회적 증거를 활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화면의 특정 부분만 깜빡거리게 만들어 시선을 뺏는 감각 조작 역시 압박형 다크패턴으로 분류되어 규제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예상치 못한 지출을 하게 만드는 순차 공개 가격 책정도 사라진다. 대출이나 예금 상품을 검색할 때는 최저 금리나 최고 금리를 보여줘 놓고, 막상 가입 절차를 진행하다 보면 조건이 붙어 금리가 달라지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앞으로는 첫 화면에서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실제와 다른 가격 정보를 보여주는 행위가 엄격히 제한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신설된 가이드라인인 만큼 우선은 금융권의 자율적인 준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에도 개선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을 통해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