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기, 이웃의 온기~대흥동에 배달된 ‘또 하나의 선물’
2025-12-27 01:31
add remove print link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외로운 겨울, 교회가 마을의 찻집이 된 날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던 26일 오후, 마포구의 한 문화센터에 들어서자 훈훈한 온기와 함께 향긋한 커피 향이 가득 피어올랐다. 대흥동의 7개 교회가 마음을 모아, 외로운 이웃들을 위해 마련한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 파티, ‘또 하나의 선물’ 행사가 열린 것.
#예수님의 사랑, 따뜻한 커피 한 잔에 담아
행사를 시작하며 장헌일 목사님은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최고의 선물이셨듯, 우리도 그 사랑에 빚진 자로서 이웃에게 따뜻한 선물이 되어주자”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날 행사장은 단순히 무언가를 나눠주는 곳이 아니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원두로 내린 커피 한 잔과 함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웃음과 위로를 나누는 따뜻한 ‘마을 찻집’이었다.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아기자기한 플리마켓이 열리고, 전문 사진작가는 이웃들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주었다. 새롬교회 마지원 목사님은 “이 모든 것은, 이름도 빛도 없이 헌신해주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과, 멀리서 귀한 커피를 보내주신 분들의 사랑이 모여 가능했다”며, 이웃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혼자 아프지 않게, 우리 동네가 지켜줄게요”
사실 이 행사는, 단순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아닙니다. 홀로 외롭게 지내시는 어르신이나 이웃이 없도록, “우리 동네가 든든한 가족이 되어주자”는 ‘고독생(孤獨生)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대흥동의 교회들은 지난 2년간, 꾸준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행정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세심하게 보살펴왔다.
#“당신이 바로, 또 하나의 선물입니다”
‘고독사’라는 차가운 단어 대신, ‘고독생(함께 살아감)’이라는 따뜻한 말을 퍼뜨리고 있는 사람들. 이들은 내년, 그리고 내후년에도, 우리 동네에 홀로 외로워하는 이웃이 단 한 명도 없도록, 더욱 촘촘하고 따뜻한 울타리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또 하나의 선물’이 되어주는 대흥동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추운 겨울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