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배운 것 같다”
2025-12-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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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에게 유화 메시지 보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정옥임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국민의힘의 한동훈 전 대표가 장동혁 대표에게 유화 메시지를 보낸 데는 나름의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장 대표에게 한껏 고개를 숙이고 화해 손짓을 하면서 정치적 체급을 더 키우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은 26일 밤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 출연해 지난 24일 한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장 대표 노고 많았다.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내야 할 때드"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과 관련해 "한 전 대표가 계속 러브콜을 보내도 장 대표는 화답하지 않을 것"이라며 "바로 여기에 한 전 대표 전략이 있다"고 해석했다.
정 전 의원은 "계속 외면하고 수모를 줘도 마치 가시 면류관을 쓴 것처럼 '보수 통합을 위해 그래도 동지가 됩시다'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는 건 동지인 김종혁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정당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도 내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처럼 정치인들은 당하면서 맷집과 내공이 커지고 유권자들한테 주는 반향이 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16대 대선 전날 정몽준 후보 문 앞에 가서 얼마나 수모를 당했나. 다 배울 게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한 전 대표는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내고 수모를 준다면 당하라"며 "그 길이 한 전 대표가 한 단계 더 우뚝 서는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통합을 위해 저렇게까지 하는구나 하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2002년 11월 25일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가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고, 여론조사 결과 노 후보가 승리해 여권 단일 후보가 됐다. 그러나 정 후보는 대선 전날인 2002년 12월 18일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노 후보는 그날 밤 정 후보 집을 찾아가 장시간 기다렸지만 문이 열리지 않아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도 방송에서 "전략적으로 맞다고 본다"며 "한 전 대표와 친한계에서 계속 손을 내밀고 자세를 낮췄음에도 징계를 당한다면 그 비난은 장 대표가 다 가져가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만약 손을 내밀어서 장 대표가 쫓아내기 뭐해서 안 쫓아낸다면 그것도 좋은 것"이라며 "일종의 꽃놀이패로 무조건 낮은 자세로 가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우리 당 장 대표가 위헌적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막기 위해 장장 24시간 동안 혼신의 힘을 쏟아냈다. 노고 많았다"는 글을 올려 장 대표를 치켜세웠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표결 이후 갈라선 장 대표에게 한 전 대표가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의 절박함과 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며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축했다. 한 전 대표의 메시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