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분식집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가격이 무려 50%나 훌쩍 오른 '식재료'
2025-12-2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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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단골 재료 바지락, 왜 이렇게 비싸졌나
요즘 장을 보다 보면 바지락 앞에서 한 번 더 멈추게 된다. 칼국수에 넣고, 국으로 끓이고, 찌개에 한 줌 넣기만 해도 맛이 살아나는 재료지만 가격이 예전 같지 않다. 겨울이면 자연스럽게 찾던 바지락이 이제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식재료가 됐다. 실제로 국산 바지락 가격은 최근 1년 사이 크게 뛰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국산 바지락 가격은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소량으로 사도 체감이 클 만큼 상승 폭이 가파르다. 바지락은 한두 알만 쓰는 재료가 아니라 요리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아 가격 인상이 더 크게 느껴진다. 칼국수나 바지락국처럼 바지락이 주인공인 메뉴일수록 부담은 더 커진다.

바지락 가격이 오른 가장 큰 이유는 ‘국산 선호’와 ‘공급 한계’가 동시에 맞물렸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바지락은 절반 정도가 국내 생산이고,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한다. 수입 물량은 늘었지만,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것은 여전히 국산이다. 신선도와 품질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다 보니 수요가 국산에 집중되고 있다.
문제는 국산 바지락 생산이 쉽게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산량은 몇 년째 큰 변화 없이 정체 상태다. 반면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어났다. 이 간극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수입 바지락이 늘었어도 국산을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온전히 대체하지 못하는 구조다.

기후 변화도 바지락 가격을 끌어올린 주요 원인이다. 바지락은 비교적 환경 변화에 강한 편이지만, 최근의 기온 변동은 그 한계를 넘고 있다. 여름철에는 산란 이후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고수온이 이어지며 대량 폐사가 발생했고, 겨울에도 이례적으로 기온이 오르며 유실 피해가 이어졌다. 한 해에 두 계절 모두에서 타격을 입은 셈이다.
양식 구조 역시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운다. 현재 바지락은 어린 바지락을 갯벌에 뿌려 1~2년 동안 키운 뒤 수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산 바지락이 폐사하면 종자 가격과 양식 비용까지 함께 오르게 된다. 결국 생산비 상승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해진다.
바지락은 겨울에 특히 많이 찾는 식재료다. 시원한 국물 맛을 내는 데 제격이고,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해 추운 계절에 몸을 보하는 음식으로도 잘 어울린다. 이런 계절적 수요까지 겹치면서 겨울철 가격 부담은 더 커졌다.

당분간 바지락 가격은 쉽게 내려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생산 환경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고, 국산 선호 현상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만큼만 계획적으로 구매하거나, 제철 할인 시기를 노리는 식의 대응이 현실적인 선택이 되고 있다.
겨울 밥상의 단골이던 바지락이 이제는 ‘값을 보고 고르는 재료’가 됐다. 익숙했던 식재료 하나가 비싸지는 과정에는 기후, 생산 구조, 소비 인식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바지락 가격 상승은 단순한 해산물 한 품목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의 식탁 풍경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한편 겨울에 바지락을 찾는 데에는 가격과 별개로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바지락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은 적어 부담 없이 먹기 좋은 식재료다. 특히 아연과 철분, 비타민 B군이 풍부해 겨울철 면역력 유지와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국물에 우러나는 타우린 성분은 간 기능을 돕고 몸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추운 날씨에 입맛이 떨어질 때 바지락국이나 바지락칼국수가 유독 잘 들어가는 것도 이런 영양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따뜻한 국물과 함께 미네랄을 보충할 수 있어 겨울철 식단으로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