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주워 돈 버는 세 아이 아빠, 연말에 '눈물 터지는' 행동

2025-12-28 15:39

add remove print link

어려운 형편에도 나눔을 실천하는 가장

연말이 다가오면 거리의 온도는 내려가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데우는 소식은 더 또렷해진다.

부산에서 전해진 한 통의 사연도 그렇다.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한 가장이 자신의 이름 대신 ‘세 아이의 아빠’라는 소개만 남기고 조용히 나눔을 실천했다.

지난 23일, 부산 북구의 한 지구대에는 익명의 기부 물품이 전달됐다. 정성스럽게 담근 김장김치와 현금 3만 5000원, 그리고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 한 통이었다. 물품을 놓고 간 사람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편지 속에 자신의 사연을 담았다.

기부자는 장애가 있는 첫째 아이를 포함해 세 자녀를 키우는 가장이었다. 기초 생활 수급 가정으로, 폐지를 주워 번 돈으로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유난히 폐지 값이 떨어져 생활이 더 빠듯했지만, 그래도 나눔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편지에는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는 폐지를 팔아 모은 돈으로 무엇을 할지 오래 생각했다고 했다. 아이들과 평범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도 쉽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그 돈으로 김장김치를 담그기로 마음먹었다. 누군가와 따뜻함을 나누는 기억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치를 담그는 과정은 고단한 노동이 아니라, 즐거운 시간이었단다. 맛있게 먹어줄 얼굴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함께 김치를 담갔다고 했다. 그는 김치를 전하며 남은 돈은 아이가 좋아하는 작은 선물 하나를 사 달라고 부탁했다. 대신 꼭 도움이 필요한 가정에 전달해 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 나눔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익명으로 도움의 손길을 건네며 지역사회에 조용한 온기를 전해왔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이웃을 먼저 떠올리는 선택을 반복해온 것이다.

손편지, 김장 김치, 현금 3만 5000원 / 부산 북구청
손편지, 김장 김치, 현금 3만 5000원 / 부산 북구청

지역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내어준 기부자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전달된 김치와 성금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꼭 필요한 가정에 소중히 전달될 예정이다.

이 사연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액수 때문이 아니다. 폐지 한 장, 한 장을 모아 만든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돈일 수 있지만, 이 가족에게는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었던 금액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 시간을 이웃과 나누는 쪽을 택했다.

연말을 앞두고 ‘세 아이의 아빠’가 남긴 편지는 묻는다. 가진 것이 많아야 나눌 수 있는지, 따뜻함은 언제 만들어지는지 말이다. 조용히 건네진 김치 한 통과 손 편지 한 장이, 겨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