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연기·화산 가스, 우리 코앞에… 위성이 포착한 '소름 돋는 궤적'
2025-12-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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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2B호, 5년간 한반도 재난 추적 결과 공개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정지궤도 환경 위성인 천리안위성 2B호를 통해 지난 5년간 한반도와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재난을 관측한 결과를 담은 특이 현상 종합분석 보고서를 공개한다. 이번 보고서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발생한 국내외 대형 산불과 화산 분화 사례를 중심으로, 위성이 포착한 대기오염물질의 확산 경로와 농도 변화를 시간대별로 정밀하게 추적한 기록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올해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대기질에 미친 영향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는 2025년 발생한 영남권의 동시다발적 산불과 러시아 산불 등 총 4건의 대형 산불 사례가 포함됐다. 위성은 단순한 연기의 이동뿐만 아니라 산불로 인해 배출되는 에어로졸과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다양한 대기오염물질의 분포를 포착했다. 특히 자외선 에어로졸 지수(UVAI), 포름알데히드(HCHO), 글리옥살(CHOCHO)과 같은 구체적인 지표를 활용해 오염물질의 생성과 확산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이번 분석에는 위색 조합(FCC) 기법이 적극 활용됐다. 이는 산불 연기가 특정 파장(380nm와 340nm)에서 보이는 복사휘도 차이를 이용해 사람의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연기의 흐름을 RGB 형태의 색상으로 시각화하는 기술이다. 실제로 2025년 3월 22일부터 30일까지 이어진 영남권 산불 당시, 위성은 주황색으로 표시되는 산불 연기가 바람을 타고 확산되는 과정을 선명하게 기록했다. 자외선 에어로졸 지수는 구름 위에 떠 있는 연기나 화산재까지 감지할 수 있어 가시광선 영역보다 탐지에 유리한 특성을 가진다.
화산 분화로 인한 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 감시 능력도 입증됐다. 보고서는 올해 11월 말 발생한 에티오피아 하일리 구비 화산 폭발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당시 방출된 다량의 이산화황(SO2)은 인도와 중국을 거쳐 한반도 인근 일본 해상까지 수일에 걸쳐 이동했다. 화산 분화 지점은 정지궤도 환경 위성의 기본 관측 영역인 아시아를 벗어난 곳이었으나, 대기의 흐름을 타고 아시아 권역으로 유입된 화산가스의 궤적을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기존 저궤도 환경 위성은 전 지구를 관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횟수가 하루 한 번에 불과해 실시간 감시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정지궤도 환경 위성은 아시아와 한반도 지역을 하루 최대 10회까지 집중적으로 관측한다. 과학원은 두 위성 시스템을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 범위와 시간대별 확산 과정을 더욱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산불과 화산 외에도 일본 사쿠라지마 화산 등 아시아 지역 내 화산 분화 사례 3건을 포함해 다양한 특이 현상을 다루고 있다. 분석에 사용된 지표 중 글리옥살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산화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중간물질로, 생물성 연소 시 민감하게 반응하여 국지적인 배출 특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지표로 활용된다. 포름알데히드 역시 대기 중 화학 반응성과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환경 위성센터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재난 감시를 넘어 화산 폭발에 따른 대기오염물질이 실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성지원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 연구부장은 정지궤도 환경 위성이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한 대규모 재난 현장에서 특히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과 환경 보호를 위해 위성을 활용한 대기오염 및 재난 상황 감시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특이 현상 종합분석 보고서는 12월 29일부터 환경 위성센터 누리집을 통해 누구나 열람하고 내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