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물에 '고춧가루' 3스푼만 넣어 보세요…이 신세계를 왜 몰랐을까요
2025-12-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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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국물 맛을 완전히 바꾸는 마법 같은 '꿀팁'?!
김치를 담글 때 고춧가루를 바로 넣지 않고, 팔팔 끓는 물에 먼저 풀어쓰는 방식이 있다.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이 한 단계가 김치 국물의 색과 맛을 완전히 바꾼다. 특히 미나리김치처럼 물김치에 가까운 김치에서 효과가 또렷하다.

고춧가루를 뜨거운 물에 넣는 이유는 명확하다. 고춧가루 속 색소와 향 성분이 물에 충분히 우러나 국물 색이 고르고 깊어진다. 젖은 고춧가루가 덩어리지지 않고 고르게 퍼지면서 김치 국물이 탁해지지 않는다. 매운탕 다대기를 만들 때 고춧가루를 불리는 원리와 같다.
이 방식은 북한식 김치에서 자주 쓰인다. 북한 지역 김치는 전반적으로 간이 세지 않고 발효 온도가 낮아 숙성 속도가 느리다. 그래서 양념을 과하게 쓰지 않아도 국물 맛이 살아 있어야 한다. 고춧물을 따로 내는 이유도 국물의 깔끔함과 색감을 동시에 잡기 위해서다.

'미나리김치'는 이 방식이 가장 잘 어울리는 김치다. 미나리 400g을 4cm 정도로 썰어 천일염을 뿌려 30분 절이면 숨이 죽으며 수분이 빠진다. 이 상태에서 한 번 헹궈 물기를 빼면 풋내가 줄고 식감이 살아난다.
양념은 단순하다. 찹쌀풀, 다진 마늘과 생강, 새우젓, 까나리액젓, 설탕을 넣어 절인 미나리와 먼저 버무린다. 여기에 쪽파, 채 썬 양파와 홍고추를 넣는다. 마지막에 식혀 둔 고춧물을 붓는 것이 핵심이다. 고춧물을 먼저 넣지 않는 이유는 미나리의 향과 양념 맛을 먼저 입힌 뒤 국물로 마무리해야 맛이 분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완성된 미나리김치는 즉석에서도 삼삼하고 시원하다. 고춧가루를 직접 넣은 김치와 달리 매운맛이 튀지 않고, 국물 색은 맑으면서도 선명하다. 미나리 향과 양파의 단맛이 겹치며 입안이 가볍게 정리된다.
이틀 정도 숙성하면 맛은 더 또렷해진다. 단맛과 감칠맛이 자연스럽게 올라오고, 국물은 더욱 맑아진다. 강한 젓갈 맛없이도 입맛을 끌어당기는 이유다. 입맛이 없을 때 국물 한 숟갈만 떠먹어도 자극 없이 개운하다.

미지근한 물보다 끓는 물이 고춧가루 색과 향을 더 빠르고 깊게 우린다. 대신 고춧물을 반드시 식혀 사용해야 김치가 익기 전에 풋맛이 도는 걸 막을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열무김치나 나박김치처럼 국물이 중요한 김치에는 충분히 응용 가능하다. 반대로 배추김치처럼 양념이 무거운 김치에는 효과가 크지 않다.
김치 국물 색과 맛이 늘 아쉬웠던 이가 있다면, 고춧가루부터 뜨거운 물에 풀어보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