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어획량 10분의 1로 줄었는데, 곧 금어기까지 시작돼 문제인 '한국 생선'
2025-12-31 14:15
add remove print link
진상했다는 기록 남아 있을 정도로 예전부터 품질로 인정받았던 생선
경남 거제 앞바다 겨울 풍경이 달라졌다.

매년 이맘때면 산란기를 맞아 몰려오던 대구가 눈에 띄게 줄면서, 어민과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금어기를 불과 한 달 남짓 앞둔 상황에서 어획량은 예년의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거제는 예부터 대구로 이름난 지역이다. 겨울철이면 거제와 진해만 일대에 대구가 돌아오고, 이 가운데 장목면 외포항은 전국 대구 출하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최대 집산지로 알려져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거제 대구가 매년 10월 천신 품목으로 진상됐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거제 9미’로 불릴 만큼 지역을 대표하는 겨울 별미라는 이미지가 확고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이 급변했다. 이른 새벽 호망을 걷어 올려도 덩치 큰 대구는 간간이 걸릴 뿐이다. 한 시간 넘게 다섯 개의 그물을 끌어 올려도 잡히는 대구는 다섯 마리 남짓에 그친다. 거제 앞바다를 지나는 대구 개체 수 자체가 줄었고, 조업 구역 조정으로 대구가 많이 모이는 물길에 그물을 치지 못하는 경우도 늘었다.

어민들은 체감 감소 폭이 크다고 말한다. 2~3년 전과 비교하면 어획량이 약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기후 변화도 직격탄이 됐다. 대구는 수온이 충분히 내려가야 접근하는 어종인데, 겨울 바다 수온이 예전만큼 떨어지지 않으면서 회유 시기 자체가 늦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도 지난해보다 대구가 돌아오는 시점이 보름가량 늦어졌다.
문제는 시간이다. 대구는 산란기 보호를 위해 다음 달 16일부터 금어기에 들어간다. 늦게 도착한 대구를 제대로 잡아보기도 전에 조업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다. 어민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해양 환경 변화를 반영해 금어기 시기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제도 변경은 장기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 당장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어획량 감소와 함께 소비 부진도 겹쳤다. 경기 침체로 외식 수요가 줄면서 대구탕과 대구찜을 찾는 발길도 예전 같지 않다. 어획량은 급감했지만, 인건비와 기름값은 오히려 올랐다. 그럼에도 대구 가격은 오르지 못하고 오히려 내려간 상태다. 산지 시장에서는 지난해보다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구가 여전히 부담 없는 생선으로 인식된다. 한때 ‘왕에게 진상하던 생선’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다른 어종에 비해 양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는 반응이 많다. 문제는 이 저렴함이 어민과 상인에게는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거제 대구의 이름값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풍년 이미지는 약해졌지만, 겨울철 거제를 떠올리면 여전히 대구가 대표 먹거리로 언급된다. 외포항 일대 대구탕·대구찜 맛집을 찾는 여행 코스도 관광 자료에서 빠지지 않는다. 다만 예전처럼 ‘풍성하게 먹을 수 있는 겨울 생선’이라는 인식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기후 변화에 따른 회유 시기 변화와 조업 환경 제약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어 단기간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금어기 이후 자원이 얼마나 회복될지, 내년 겨울 대구의 귀환 시점이 더 늦어질지에 따라 거제 대구의 위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민들은 돌아오지 않는 대구를 기다리며, 점점 짧아지는 겨울 조업 기간을 체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