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먼저 띄웠는데...' 당혹스러운 국민의힘
2026-01-0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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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지역통합 이슈 주도권 확보자하자 떨떠름
6·3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두고 광역자치단체 간 행정 통합 논의가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대전·충남에 이어 광주·전남까지 통합 추진을 공식 선언하면서 지방선거 구도 자체가 요동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지역통합을 국가적 의제로 격상시키며 여권이 이슈의 주도권을 확보하자 그동안 이를 선제적으로 띄운 국민의힘은 당혹감과 함께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영록 전남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은 전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합동 참배 후 광주·전남 행정 통합을 전격 선언했다. 두 단체장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통합 지방정부 추진 의지를 천명하고 실무협의를 위한 통합추진협의체를 동수로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향후 특별법 제정과 시·도민 의견 수렴 절차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특별법을 발의한 상태여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절차도 일부 진행됐다.
권역별 광역단체 재편 논의는 전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통합 특별시 출범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으며, 주민 여론조사와 공청회를 통해 지역 의견을 모으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등 다른 권역에서도 통합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지방자치제도 전반의 대개편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통합 논의가 가시화하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전·충남에 이어 광주·전남까지 광역단체 통합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지역 주도 성장의 새 길을 열어야 한다는 데 국민의 뜻이 모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도 지방 주도 '5극 3특' 체제 대전환을 5대 성장 전략의 첫머리에 배치하며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광역통합을 국정 운영의 핵심 과제로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여권은 대통령의 행보에 힘입어 통합 이슈의 주도권을 쥐게 된 분위기다. 전국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지방선거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지역주의 타파와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을 선점해 중도층과 지역 유권자들에게 개혁적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국가적 과제와 선거 승리라는 정당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며 통합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착잡한 기류가 감지된다. 대전·충남 통합 특별시 구상을 선제적으로 추진해온 주체가 야권 지자체장들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 대전시장과 충남지사가 공들여온 정책을 정부와 여권이 뒤늦게 선점해 지방선거용으로 활용하려 한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지역 현안을 주도해온 성과를 여권이 가로채려 한다는 불만이 당 내부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선거 시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6월 지방선거까지 남은 시간이 5개월여에 불과해 실제 통합 적용이 불가능함에도 선거를 위해 이슈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의힘은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선거 직전에 행정 통합을 몰아붙이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법적 절차와 추진 로직상 당장 선거에 적용하기 어려움에도 이슈 선점을 통해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행정 통합까지는 지방자치법상 주민투표와 지방의회 의결 등 촉박한 일정 내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산적해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특별법 제정부터 선거구 획정, 조직 통폐합까지 최소 1년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통합 시 단체장 자리가 줄어들고 지방의회 선거구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현직 정치인들 간의 이해관계 충돌도 피하기 어렵다. 행정조직 통폐합에 따른 인사 문제와 재정 배분 기준 마련 등 세부적인 난제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은 행정 통합의 비현실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정부의 권한 이양이 실질적인 자치 분권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단순한 구역 통합이 지역 발전으로 직결된다는 보장이 없으며, 특정 지역 소외나 정체성 훼손 우려가 있다는 점을 파고들고 있다. 여권 내에서도 "올해 지방선거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며, 2030년 지방선거가 현실적"이라는 신중론이 일부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이슈를 주도하는 것은 지방선거를 앞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거대 담론을 선거판에 던져 정책 대결을 구도 싸움으로 전환하려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전·충남과 광주·전남 등 여야의 핵심 지지 기반에서 통합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선거 구도는 인물론에서 구조 개편론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광역통합 공약이 표심에 미칠 영향이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권은 대통령의 리더십과 발전 의지를 부각하는 반면 야권은 선거용 포퓰리즘이라는 프레임으로 맞서며 주도권 다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행정 통합이라는 국가적 과제가 선거 승부수로 부상하면서 여야의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