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병에 '설탕'을 넣어보세요... 정부도 인정한 방법입니다

2026-01-03 19:33

add remove print link

농촌진흥청에서 화병에 설탕을 넣으라고 권유하는 이유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꽃다발을 선물받아 화병에 꽂으면 며칠 지나지 않아 시들어버린다. 아무리 물을 자주 갈아줘도 꽃은 점점 고개를 숙이고, 일주일이면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병 물에 설탕을 넣으면 꽃 수명을 1~2일 더 연장할 수 있다.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설탕 한 스푼이 꽃을 더 오래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절화보존액과 가정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절화 수명 연장 효과를 과학적으로 비교해 검증했다. 연구진은 시판 중인 절화 수명 연장제의 주원료인 자당, 8-HQS(살균제), 구연산 혼합액에 프리지어, 작약, 장미, 백합, 국화, 수국 등 6품목을 꽂아 놓고 절화 수명을 조사했다. 그 결과, 꽃 품목에 따라 차이를 보였지만 일반 수돗물에 꽂아둔 꽃보다 절화보존액에 꽂아둔 꽃이 1~2일 더 수명이 연장되는 것을 확인했다.

절화 수명을 판정하기 위해 각 절화별 개화와 노화 단계 차트를 활용했다. 프리지어는 6번 단계, 작약은 7번 단계 또는 꽃잎 떨어짐이 발생했을 때를 절화 수명 종료일로 판정했다. 이 차트는 소비자가 개화와 노화 단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해 선호도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디자인 출원까지 진행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실험 결과는 명확했다. 프리지어는 수돗물에 꽂았을 때 6.5일의 수명을 보였지만, 5% 자당과 500mg/L 레몬즙을 혼합한 용액에서는 8.0일로 가장 길었다. 작약도 수돗물에서는 3.5일이었지만, 5% 자당과 300mg/L 8-HQS를 혼합했을 때 5.8일로 수명이 늘어났다. 시판 절화보존액인 크리잘과 플로라라이프를 사용했을 때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꽃이 시들고 마르는 시점을 유추할 수 있는 수분 균형 유지 일수도 측정했다. 수분 균형이란 꽃이 흡수하는 물의 양에서 증산되는 양을 뺀 것으로, 흡수량보다 증산량이 많으면 꽃잎이 시든다. 프리지어의 경우 수돗물을 사용했을 때 5.0일이었지만, 자당과 8-HQS를 혼용했을 때 6.7일로 약 1.7일 연장됐다. 절화 노화의 대표적인 증상인 시들고 마르는 현상이 지연돼 절화 수명이 연장된 것이다. 작약도 수돗물에서는 3.0일이었지만 절화보존액을 사용했을 때 수분 균형이 길게 유지됐고, 꽃잎 시들음 또는 꽃잎 탈락이 지연됐다.

설탕이 꽃을 살리는 과학적 원리는 명확하다. 절화는 뿌리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화분용 꽃보다 수명이 짧다. 설탕은 꽃에 탄수화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꽃도 살아있는 식물이기 때문에 에너지가 필요한데, 설탕이 그 에너지원이 되는 것이다. 당, 살균제, 유기산 등이 함유된 절화보존액이 꽃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미생물 증식을 막아준다.

살균제와 유기산을 함께 사용하는 이유도 있다. 꽃줄기가 물에 닿는 부분에서 세균이 번식하면 물관이 막혀 물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 8-HQS 같은 살균제나 락스는 물속 미생물 번식을 억제한다. 레몬즙이나 식초에 들어있는 구연산은 물의 pH를 낮춰 세균이 번식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설탕 역시 삼투압 환경을 조성해 미생물 세포 안의 수분을 빼앗아 번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연구에서 사용된 산업용 또는 연구용 자당, 8-HQS, 구연산은 가정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대체할 수 있다. 자당은 백설탕으로, 8-HQS는 일반 락스로, 구연산은 레몬즙이나 식초로 바꿔 사용하면 된다. 3가지를 함께 사용하거나 1~2가지만 사용해도 꽃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절화보존액은 다양한 절화 품목에 사용해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용법은 이렇다. 꽃줄기를 물에 담근 상태에서 사선으로 잘라준다. 그 다음 1리터 물 기준으로 설탕 50g을 넣는다. 큰 티스푼으로 2~3번 정도의 양이다. 설탕만 넣어도 효과가 있지만, 일반 락스를 1000배 희석해(락스 1 : 물 999) 작은 티스푼 1번 분량을 함께 넣거나, 레몬즙을 100배 희석해(레몬즙 10 : 물 990) 큰 티스푼 1번 분량을 섞으면 효과가 더 좋다.

이 방법은 장미, 백합, 국화, 프리지어, 작약, 수국 등 대부분의 절화에 적용할 수 있다. 꽃다발이나 꽃꽂이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꽃들이다. 다만 물은 이틀에 한 번씩 갈아주고, 줄기 밑 부분을 2~3cm 정도 계속 잘라주는 것이 좋다. 줄기 단면에 세균이 번식하면 물 흡수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물을 갈 때마다 새로운 절화보존액을 만들어 사용해야 한다.

꽃병은 20도 이하의 서늘한 곳에 두는 게 좋다.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두면 호흡작용으로 양분을 많이 소모해 오히려 빨리 시든다. 직사광선을 피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면 꽃을 더 오래 감상할 수 있다. 또 꽃병 물이 탁해지면 세균이 번식하고 있다는 신호이므로 즉시 물을 갈아줘야 한다.

프리지어의 경우 7일 후 품질 차이가 육안으로도 확연히 드러났다. 수돗물에 꽂아둔 프리지어는 꽃잎이 시들고 말라 고개를 떨군 반면, 자당과 레몬즙을 섞은 용액에 꽂아둔 프리지어는 여전히 싱싱한 모습을 유지했다. 작약도 마찬가지다. 수돗물에서는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절화보존액을 사용한 작약은 꽃잎이 온전히 붙어 있었다.

값비싼 절화보존액을 사지 않아도, 집에 있는 설탕과 레몬즙, 또는 락스만 있으면 충분하다. 꽃을 더 오래 즐기고 싶다면 당장 설탕통을 열어보자. 설탕 한 스푼으로 꽃의 수명이 이틀이나 늘어난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