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2 때문에 요즘 사람들이 중국집 가면 꼭 한번씩 물어본다는 '음식'
2026-01-0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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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도 넘어올 향, 수십 년 내공이 빚은 불도장의 정체성
며칠이 걸리는 기다림의 요리, 중식 정점 불도장의 매력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2에 중식의 전설로 불리는 후덕죽 셰프가 등장하면서 그의 경력과 함께 ‘불도장’이라는 음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름부터 강렬한 이 요리는 단순한 중식 메뉴가 아니라, 중국 요리 역사와 철학이 응축된 상징적인 존재로 평가받는다. 후덕죽 셰프가 불도장을 만들었다는 이력은 그가 왜 전설로 불리는지를 설명하는 핵심 지점이기도 하다.
불도장은 중국 복건성 푸저우 지역에서 유래한 고급 요리로, 중국 4대 요리 중 하나로 꼽히는 민요리의 정수를 보여준다. 한자로는 佛跳牆이라 쓰는데, 직역하면 ‘부처가 담을 뛰어넘는다’는 뜻이다. 수행 중 고기를 멀리하던 스님조차 담을 넘어올 만큼 향과 맛이 뛰어나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그만큼 진한 향과 깊은 맛을 자랑하는 요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불도장의 가장 큰 특징은 재료 구성에 있다. 이 요리는 특정 재료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다. 오히려 최고급 식재료들을 한데 모아 장시간 끓여내는 방식 자체가 불도장의 정체성이다. 전통적으로는 상어지느러미, 해삼, 전복, 건관자, 어란, 닭, 오리, 돼지고기, 햄, 표고버섯, 죽순 등 수십 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각각의 재료는 따로 손질하고 조리한 뒤, 마지막에 한 항아리나 도자기 용기에 담아 오랜 시간 약불로 끓인다.
조리 방식 역시 특별하다. 불도장은 센 불에서 빠르게 완성하는 중식의 이미지와 정반대에 있다. 불도장은 빠름보다 기다림의 요리다. 재료 손질부터 완성까지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각각의 재료가 가진 향과 맛이 겹치지 않고 하나의 국물로 녹아들도록 조절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불도장의 국물은 맑아 보이지만, 한 숟갈을 뜨면 입안에서 여러 겹의 풍미가 순차적으로 펼쳐진다.
이 요리가 ‘전설의 요리’로 불리는 이유는 난이도 때문이다. 재료 자체도 귀하지만, 그것을 한데 모아 조화롭게 만드는 기술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다. 불도장은 레시피보다 경험의 요리에 가깝다. 어느 재료를 얼마나 우려낼지, 언제 합칠지, 불의 세기를 어떻게 유지할지는 수십 년의 내공이 필요하다. 그래서 불도장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요리사는 많지 않다.

후덕죽 셰프가 불도장으로 이름을 알렸다는 점은 그의 경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불도장은 중식 요리사에게 일종의 시험대와 같다. 이 요리를 완성도 높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은 중식 전반에 대한 이해와 기술을 모두 갖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후덕죽 셰프가 불도장을 다뤘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단순한 스타 셰프가 아니라, 전통 중식의 맥을 잇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맛의 인상도 독특하다. 불도장은 자극적이지 않다. 맵거나 짜지 않고, 오히려 담백한 첫인상을 준다. 하지만 먹을수록 깊이가 드러난다. 고기와 해산물, 건재료에서 우러난 감칠맛이 겹겹이 쌓여 혀에 남는다. 기름진 요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겁지 않고, 천천히 음미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오늘날 불도장은 고급 중식당에서나 맛볼 수 있는 요리가 됐다. 재료 수급과 조리 시간, 기술 부담 때문에 대중적인 메뉴로 자리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도장은 여전히 중식의 정점으로 언급된다. 한 그릇의 음식 안에 중국 요리의 역사, 기술, 철학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흑백요리사2를 통해 후덕죽 셰프와 함께 불도장이 다시 화제가 된 것은 단순한 유행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빠르고 자극적인 음식이 주류가 된 시대에, 시간을 들여 완성하는 요리가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불도장은 그 질문에 대한 중식의 오래된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