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무를 '밥솥'에 넣으세요…대박집 사장님도 감탄합니다
2026-01-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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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솥에 넣고 기다리기만 해도 완성되는 무조림의 비결
간장 향만으로 입맛 도는 깊은 맛, 밥솥 무조림의 매력
겨울에 무를 활용해 만드는 반찬 중 진짜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있다.
밥솥을 열었을 때 퍼지는 간장 향만으로도 이 요리가 어떤 맛일지 짐작하게 된다. 무를 통째로 큼직하게 썰어 넣고 간장만 부어 조리는 무조림은 손이 거의 가지 않는데도 묘하게 깊은 맛을 낸다. 불 조절도, 타이밍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방식이라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부담이 없다. 그럼에도 완성된 무조림은 오래 끓인 집밥 같은 인상을 남긴다.
무조림의 핵심은 무를 얇게 썰지 않는 데 있다. 무를 통으로 큼직하게 썰어 넣으면 밥솥 안에서 천천히 익으면서 속까지 간장이 스며든다. 겉은 흐물해지지 않고 속은 부드럽게 풀어지는 식감이 만들어진다. 냄비에서 조릴 때처럼 수분이 급격히 날아가지 않아 무 특유의 단맛이 국물 속에 고스란히 남는다. 밥솥 조리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무는 껍질을 너무 두껍게 벗기지 않는 것이 좋다. 껍질 바로 아래에 단맛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큼직하게 썬 무를 밥솥 바닥에 고르게 깔고 간장을 붓는다. 이때 간장은 무가 절반 정도 잠길 만큼만 넣어도 충분하다. 무에서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조림 국물이 만들어진다. 물을 따로 넣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취사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동안 특별히 할 일은 없다. 밥솥 안에서는 무가 서서히 익으며 간장을 빨아들인다. 조리가 끝나고 뚜껑을 열면 무는 색이 진하게 변해 있고, 국물은 맑으면서도 진한 향을 낸다. 이 상태에서 바로 먹어도 좋지만, 한 번 더 보온 상태로 두면 맛이 훨씬 안정된다. 무조림은 식으면서 더 맛있어지는 반찬이기 때문이다.
밥솥 무조림은 양념을 최소화할수록 무의 존재감이 또렷해진다. 간장 외에 마늘이나 고춧가루를 넣지 않아도 충분하다. 오히려 아무것도 더하지 않았을 때 무의 단맛과 간장의 짠맛이 균형을 이룬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극적인 반찬이 많은 식탁에서 이 무조림은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춰준다.

식감 역시 인상적이다. 젓가락으로 집으면 형태는 유지되지만 입에 넣는 순간 힘없이 풀어진다. 오래 끓인 갈비무처럼 부드럽지만 기름기 없이 깔끔하다. 국물에 밥을 살짝 비벼 먹어도 좋고, 다른 반찬 없이도 한 끼가 완성된다. 특히 김치와 함께 먹으면 무조림의 단맛이 더 또렷하게 살아난다.
보관도 어렵지 않다. 완전히 식힌 뒤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며칠간은 맛의 변화 없이 먹을 수 있다. 다시 데울 때는 전자레인지보다는 밥솥 보온 기능이나 냄비에 살짝 데우는 편이 좋다. 급하게 데우면 무가 쉽게 부서질 수 있다. 천천히 온도를 올릴수록 처음의 식감이 유지된다.
밥솥으로 만드는 무조림은 요리를 한다기보다 기다린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재료를 넣고 버튼을 누른 뒤 시간을 맡기는 방식이다. 그 사이 무는 알아서 익고, 간장은 알아서 스며든다. 손이 덜 가는 만큼 마음이 편해지는 요리다. 복잡한 조리법 없이도 충분히 맛있는 반찬이 가능하다는 걸 이 무조림은 조용히 증명한다.

특별한 날의 요리는 아니지만, 이런 반찬이 식탁에 올라오는 날은 이상하게 밥이 천천히 줄어든다. 서두르지 않고 한 입씩 먹게 되는 맛이기 때문이다. 밥솥 무조림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다. 집밥의 기본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라는 채소가 얼마나 다정한 재료인지 다시 느끼게 해주는 조리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