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물엿 아닙니다...멸치볶음에는 '이것' 넣어야 가족들이 젓가락을 댑니다
2026-01-0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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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대신 조청을 쓰면 멸치볶음이 달라진다
부드러운 식감의 비결, 조청 한 숟갈의 마법
한국인의 국민반찬으로 불리는 멸치볶음은 계절을 크게 타지 않는다. 겨울 밥상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만들기 쉽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으며, 짭짤한 맛 덕분에 밥 한 술을 자연스럽게 부르게 한다. 다만 집집마다 멸치볶음의 완성도에는 꽤 큰 차이가 난다. 어떤 집 멸치볶음은 윤기가 돌고 부드러운 반면, 어떤 집 것은 딱딱하고 이가 시릴 만큼 굳어 있다. 이 차이를 가르는 핵심 재료가 바로 단맛이다.
대부분 설탕이나 물엿을 사용하지만, 최근에는 조청, 즉 쌀엿을 사용하는 방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청은 쌀을 삭혀 만든 전통 감미료로, 단맛이 천천히 올라오고 자극적이지 않다. 멸치볶음에 조청을 쓰면 단순히 달기만 한 맛이 아니라 고소함과 감칠맛이 함께 살아난다. 무엇보다 멸치의 식감을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게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겨울철 멸치볶음에 특히 잘 어울린다.

조청이 멸치볶음에 좋은 이유는 점도와 당의 성질에 있다. 설탕은 빠르게 녹아 단맛을 내지만, 열을 오래 받으면 쉽게 굳어 멸치를 코팅하듯 감싸버린다. 이 과정에서 멸치는 수분을 잃고 딱딱해지기 쉽다. 물엿 역시 비슷하다. 반면 조청은 점성이 있지만 끈적임이 과하지 않고, 열을 받아도 결정화가 느리다. 멸치 표면을 얇게 감싸 윤기를 내되, 식감을 굳히지 않는다.
맛있고 부드러운 멸치볶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작부터 순서가 중요하다. 먼저 멸치는 팬에 아무것도 넣지 않은 채 약불에서 천천히 볶아 비린내를 날린다. 이때 센 불을 사용하면 멸치가 금세 마르면서 딱딱해질 수 있다. 손으로 집었을 때 바삭하기보다는 살짝 휘어질 정도에서 불을 끄는 것이 적당하다. 볶은 멸치는 잠시 덜어두고, 같은 팬에 식용유를 소량 두른 뒤 마늘이나 견과류를 넣어 향을 낸다.

여기에 간장과 조청을 넣는다. 조청은 처음부터 많이 넣지 않고, 간장의 짠맛을 눌러주는 정도만 사용한다. 약불에서 조청이 천천히 풀어지며 간장과 섞이도록 기다리는 것이 포인트다. 이때 물을 넣지 않아도 조청 자체의 수분으로 양념이 부드럽게 풀린다. 양념이 끓어오르기 직전, 불을 가장 약하게 줄인 뒤 멸치를 다시 넣고 빠르게 뒤집듯 섞는다.
멸치를 넣은 뒤 오래 볶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조청은 잔열에도 계속 농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팬 위에서 시간을 끌면 금세 끈적해진다. 불을 끈 상태에서 여열로 양념을 입히듯 섞는 것이 멸치를 부드럽게 만드는 비결이다. 마지막에 불을 끄고 참기름을 아주 소량만 더하면 조청의 은은한 단맛과 멸치의 고소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조청으로 만든 멸치볶음은 식은 뒤에도 차이가 난다. 설탕이나 물엿을 사용한 멸치볶음은 시간이 지나면 서로 달라붙고 딱딱해지기 쉬운 반면, 조청을 쓴 멸치볶음은 냉장 보관 후에도 비교적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한다. 젓가락으로 집었을 때 부서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풀어지는 식감이 살아 있다.
겨울철에는 실내 공기가 건조해 반찬이 쉽게 마르기 때문에 멸치볶음의 식감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조청은 단맛을 내는 재료이면서 동시에 멸치의 수분 손실을 늦춰주는 역할을 한다. 달달하지만 과하지 않고, 윤기가 나지만 끈적이지 않은 멸치볶음을 원한다면 설탕 대신 조청을 꺼내볼 만하다.
밥상 위에서 가장 흔한 반찬일수록 작은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멸치볶음에 조청을 쓰는 방법은 재료를 바꾸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단맛을 줄이고, 식감을 살리고, 오래 두고 먹기 좋은 겨울 반찬으로 완성하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흔한 멸치볶음이 유난히 부드럽게 느껴진다면, 그 비밀은 조청 한 숟갈에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