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인데 터졌다…6년 만에 넷플릭스 ‘7위’ 오른 초호화 캐스팅 한국 영화
2026-01-06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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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재발견된 초호화 캐스팅 범죄극의 재부상
코로나 변수 이겨낸 전도연·정우성의 명연기가 다시 빛나다
2020년 개봉작이 6년 만에 넷플릭스 TOP10에 안착했다. 그것도 청소년 관람 불가(19금) 등급인데도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7위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정체는 개봉 당시부터 “캐스팅 라인업이 영화 한 편”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범죄극,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다.

6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7위를 기록했다. 1위는 ‘대홍수’, 2위 ‘토고’, 3위 ‘브레드이발소: 베이커리타운의 악당들’, 4위 ‘살인자 리포트’, 5위 ‘전지적 독자 시점’, 6위 ‘아침바다 갈매기는’이었고, 8위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 9위 ‘악마가 이사왔다’, 10위 ‘케이팝 데몬 헌터스’ 순으로 집계됐다. 오래된 작품이 새 콘텐츠가 쏟아지는 플랫폼 순위권에 다시 진입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2020년 2월 19일 개봉했다. 인생 마지막 기회처럼 보이는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평범한 사람들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며 서로를 속고 속이는 범죄극이다.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소설(고단샤)을 원작으로 한다. 특히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정만식, 진경, 신현빈, 정가람, 박지환, 김준한, 허동원에 윤여정까지 합류한 초호화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흥행 전력만 보면 ‘해외에서 먼저 불이 붙었던 영화’에 가깝다. 국내 개봉 전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Special Jury Award)을 수상했고, 5개국 국제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관심이 이어졌다. 80개국 선판매도 달성했다. 홍콩, 마카오, 말레이시아, 부르나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 태국, 필리핀, 미얀마,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 아시아 지역은 물론 미주와 프랑스 지역까지 판권이 팔렸다.
국내에선 ‘19금’이라는 허들을 뚫고도 개봉 첫날 7만 7,760명을 동원해 동시기 경쟁작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변수는 코로나19였다. 당시 극장가가 직격탄을 맞으며 박스오피스 전체가 흔들렸고, 일일 최대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가 2만명대에 머무는 날도 있었다. 결국 누적 관객 수는 623,121명으로 멈췄다. 흥행 성적표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았지만, 작품의 밀도와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꾸준히 쌓였다.

영화는 벼랑 끝에 몰린 인물들이 ‘돈 가방’ 하나를 좇으며 파국으로 치닫는 구조다.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는 태영, 아르바이트로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중만,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 거액의 돈 가방 앞에서 그들은 마지막 기회라 믿고 움직이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연쇄적으로 터진다. “큰돈 들어왔을 땐 아무도 믿음 안 돼”라는 대사는, 영화가 사람의 본성과 현실의 잔혹함을 어떻게 밀어붙일지 예고한다.
김용훈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돈 앞에서는 어떤 악행도 서슴지 않고 현실 앞에서 부도덕을 정당화하며 짐승이 되어가는 인물들을 보여주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평범한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절실함을 온전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또 “원작의 독특한 구조는 소설에서만 허용될 수 있어 영화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었다”며 “연희가 등장하는 구도를 바꾸면서 다시 맞춘 것 같다. 직업적으로도 더 평범한 사람들이 벌이는 범죄극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관객 반응은 지금도 강하다. 네이버 기준 실관람객 평점은 8.0점이다. “전도연 등장하자마자 스크린 장악”, “연기 미쳤고 스릴 미쳤고”, “한 장면도 버릴 게 없는 고농축 영화”, “긴장감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전도연 정우성 눈빛에 제대로 치였음” 등 평가가 이어졌다. 전도연은 과거를 지우려는 ‘연희’를, 정우성은 빚에 몰려 한탕을 꿈꾸는 ‘태영’을 맡아 오랜 연인으로 등장한다. 전도연은 정우성과의 호흡에 대해 “같이 연기하는데 너무 창피하고 쑥스러웠다. 우성씨와 한 번도 연기를 한 적이 없구나 그때 알았다”고 말했고, 정우성은 “친근한 동료 같고 친구 같다. 함께 나오고 싶은 동료”라고 했다.

극장에선 코로나 변수에 발목이 잡혔지만, 플랫폼에선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발견’됐다. 19금이라 더 과감하고, 캐스팅이 화려해 더 눈이 가는 영화가 6년 만에 넷플릭스 순위권에 재등장한 이유다. 지금 이 타이밍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다시 불리는 건, 결국 한 가지로 수렴한다. 좋은 영화는 늦게라도, 다른 무대에서 결국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