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해동부소방서 소방교 변동원, 겨울의 온기 속에 숨은 위험
2026-01-0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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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관의 겨울 기록, 전기 화재는 늘 조용히 다가왔다”
- “소리 없이 시작되는 불, 전기 화재는 늘 익숙한 곳에서 출발한다'
- ”겨울철 전기 화재, 작은 점검이 큰 피해를 막는다“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겨울철 추운 날씨가 이어질수록 집 안의 불빛과 온기는 유난히 포근하게 느껴진다. 창밖의 찬 공기와 대비되는 그 따뜻함은 하루를 버티게 하는 작은 안도감이 된다. 그러나 소방관이 된 이후, 나는 그런 온기를 마주할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이 따뜻함이 오늘도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다.
현장에서 마주한 전기 화재는 대체로 조용히 시작된다. 요란한 불꽃도, 큰 소리도 없이 분전반 안쪽이나 콘센트 뒤편에서 시작된다. 노후된 전선, 과부하된 멀티탭, 그리고 오랫동안 쌓인 먼지와 분진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화재가 진압된 뒤 현장을 둘러보면, “평소에 신경 쓰지 않던 곳”이 화재의 출발점이었음을 알게 되는 일이 반복된다.
분전반과 콘센트는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좀처럼 눈길이 닿지 않는 공간이다. 그 안에 쌓인 먼지는 습기와 만나 미세한 스파크를 만들고, 그 작은 불씨는 순식간에 화재로 번진다.
전기 화재는 소리 없이 시작돼, 대응할 시간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그 속도는 늘 우리가 준비한 것보다 앞서 있다. 그래서 전기 화재 앞에서는 진압보다 예방이 먼저라는 말을 현장에서 더 절실하게 실감하게 된다.
전기 화재 예방은 거창한 준비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사용하지 않는 전열기기의 전원을 끄는 일, 멀티탭에 무리한 사용을 하지 않는 일, 분전반과 콘센트 주변의 먼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일, 피복이 손상된 전선을 교체하는 일,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화재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현장에서 수차례 화재를 겪으며 느낀 점은, 화재를 막는 일은 늘 작은 선택에서 갈린다는 사실이다.
전기 화재는 갑작스러운 사고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은 미리 알아챌 수 있었던 징후를 놓친 결과다. ‘설마’라는 생각과 ‘나중에’라는 미룸이 겹칠 때, 화재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다만 모든 전기 화재를 개인의 관리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주거 환경과 시설의 노후, 구조적 한계 등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요인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 속 작은 점검과 관심이 피해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따뜻한 겨울은 난방 기기가 만들어 주지만, 안전한 겨울은 점검이 만들어 준다. 일상의 작은 점검이 쌓일 때, 겨울의 온기는 비로소 ‘안심’이 된다.
김해동부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교 변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