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를 잘라 '지퍼백'에 담아 보세요…이렇게 편한 걸 이제야 알다니요
2026-01-07 11:44
add remove print link
침 고이게 만드는 겨울 반찬, 지퍼백 하나로 완성하는 무김치
겨울만 되면 유난히 무가 달아진다. 김장철이 지나도 무를 그냥 두기 아까운 이유다.
그런데 막상 무김치를 담그려 하면 통을 꺼내고, 절이고, 버무리고, 설거지까지 생각나 손이 쉽게 가지 않는다. 이럴 때 의외로 답이 되는 게 지퍼백이다. 조리도구를 최소화하면서도 맛은 제대로 살릴 수 있고, 실패 확률도 낮다. 지퍼백 무김치는 바쁜 일상 속에서 ‘집밥 김치’를 가능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선택이다.
무김치의 시작은 재료보다 무 손질이다. 무는 껍질을 벗겨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준다. 너무 얇으면 쉽게 물러지고, 너무 두꺼우면 양념이 겉돌기 쉽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두께가 적당하다. 썬 무를 지퍼백에 넣고 소금을 먼저 넣어준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건 주무르지 않는 것이다. 지퍼백을 살짝 흔들어 소금이 고루 닿게만 해주면 된다. 무는 스스로 수분을 내놓으며 숨이 죽는다. 이 물이 무김치 맛의 기본이 된다.

약 30분 정도 지나면 무에서 물이 제법 나온다. 이때 물을 완전히 버리지 않는 게 포인트다. 이 자연스러운 무즙이 김치의 시원함을 만든다. 여기에 고춧가루를 먼저 넣는다. 고춧가루를 바로 넣는 이유는 무의 수분을 흡수해 양념이 따로 노는 걸 막기 위해서다. 이후 멸치액젓, 참치액을 차례로 넣는다. 두 액젓을 함께 쓰면 감칠맛의 결이 달라진다. 멸치액젓은 깊이를, 참치액은 부드러운 단맛을 보탠다.
여기에 설탕과 물엿, 매실액이 들어간다. 단맛이 많아 보이지만 각각의 역할이 다르다. 설탕은 즉각적인 단맛, 물엿은 점성과 윤기, 매실액은 산뜻한 마무리를 담당한다. 다진 마늘과 다진 생강은 향을 살려주되 과하지 않게 넣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식초를 소량 넣으면 발효 전에도 맛의 균형이 잡힌다. 이 단계에서도 지퍼백은 힘을 발휘한다. 공기를 최대한 빼고 지퍼를 닫은 뒤, 양념이 골고루 묻도록 살살 주물러주기만 하면 된다.

쪽파는 가장 마지막에 넣는다. 처음부터 함께 넣으면 숨이 죽고 풋내가 날 수 있다. 쪽파를 넣은 뒤 다시 한번 가볍게 섞어준다. 통깨는 바로 먹을 분량에만 뿌리는 게 좋다. 보관 중에는 통깨의 고소한 향이 오히려 눅눅해질 수 있다. 이렇게 만든 무김치는 바로 먹어도 맛있지만, 냉장고에서 하루만 지나도 맛이 달라진다. 무의 단맛과 양념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훨씬 안정된 맛이 된다.
지퍼백 무김치의 장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숙성 정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김치통처럼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냉장고 안에서도 세워 두거나 눕혀 둘 수 있어 보관이 자유롭다. 무엇보다 설거지가 거의 없다. 김치 양념이 손에 직접 묻지 않아 초보자도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다. 김치를 담그는 행위가 ‘큰일’이 아니라 ‘반찬 하나 더 만드는 일’로 바뀐다.

무김치는 국물 있는 음식과 특히 잘 어울린다. 라면, 수제비, 칼국수 같은 면 요리에 곁들이면 느끼함을 잡아주고, 고기 요리 옆에 두면 입맛을 환기시킨다. 기름진 음식이 많아지는 계절일수록 이런 산뜻한 김치의 존재감은 커진다. 게다가 무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을 주고, 소화에도 도움을 준다. 잘 익은 무김치 국물 한 숟갈이 속을 편안하게 만드는 이유다.
지퍼백 하나로 만드는 무김치는 요리 실력과 상관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정확한 계량보다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다. 무에서 나온 수분을 살리고, 양념을 한 번에 다 넣지 않고 순서를 지키는 것. 이 두 가지만 기억하면 실패 확률은 거의 없다.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반찬통이 하나 더 있는 든든함, 그 시작이 의외로 아주 간단할 수 있다. 오늘 무 하나가 있다면, 지퍼백부터 꺼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