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 하실 분” 글 올리자 1040 우르르… 서울숲 점령한 '어른이'들의 술래잡기

2026-01-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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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놀이가 2030 소개팅 문화로 진화한 이유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을 중심으로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인 '경찰과 도둑(경도)'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문화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숲이나 한강공원 같은 도심 속 녹지 공간에서 술래잡기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며 관련 모집 글이 쏟아지는 추세다.

경찰과 도둑을 하려 모인 시민들 / 연합뉴스
경찰과 도둑을 하려 모인 시민들 / 연합뉴스

경도는 도망치는 도둑과 추격하는 경찰로 편을 나누어 진행하는 단순한 방식이다. 높은 활동량과 명확한 규칙 덕분에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참가자 구성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고등학생부터 30대 직장인 그리고 40대 장년층까지 연령대에 구애받지 않고 한자리에 모인다.

최근에는 이러한 활동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 젊은 남녀 사이의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으로 변모하며 유행에 속도가 붙고 있다.

술집이나 인위적인 소개팅 자리보다 운동이라는 공통 분모 아래 건강하게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2030 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땀 흘리며 함께 뛰고 서로를 잡고 잡히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킨십과 대화가 오가며 묘한 설렘을 자아내기도 한다. 실제로 게임이 끝난 뒤 근처 맛집에서 뒷풀이를 하며 번호를 교환하거나 연인으로 발전했다는 후기가 커뮤니티에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당근 캡처
당근 캡처

모임 장소는 주로 서울숲이나 대학 운동장처럼 넓은 개방 공간이다. 온라인에서 약속한 시간에 모인 참가자들은 어색함도 잠시뿐 운영자의 규칙 설명이 끝나면 곧바로 추격전이 벌어진다. 현장의 참가자들은 멋을 내기보다 움직이기 편한 패딩과 목도리 등을 갖춰 입고 나타난다. 본격적인 게임에 앞서 단체 스트레칭이나 얼음땡 놀이로 부상을 방지하며 몸을 푼다.

참가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나이 제한 때문에 친구들과 직접 방을 만들었다는 고교생부터 동심으로 돌아가 유산소 운동을 즐길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40대까지 다양하다. 모임 규모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소수로 시작한 오픈채팅방 인원이 수십 명을 넘어 최대 2000명에 달하는 사례도 포착된다.

유튜브, WIKITREE 위키트리

온라인에 올라온 후기에는 땀 흘리며 뛰는 과정에서 느낀 해방감과 낭만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허벅지가 아플 정도로 뛰었지만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는 평과 함께 안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준비운동을 철저히 했다는 조언도 잇따른다. 특히 "운동도 하고 이성 친구도 사귈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식의 소문이 퍼지면서 자연스러운 미팅 분위기를 선호하는 청년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열풍이 거세지자 이색적인 구인 사례도 등장했다. 시급 10320원을 조건으로 경찰과 도둑 레슨을 해줄 선생님을 찾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잘 뛰는 사람을 우대하며 미션을 완수한 역할 수행자에게 최저시급을 지급하겠다는 구체적인 제안까지 포함되어 눈길을 끌었다.

다만 모임의 인기가 높아지며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순수한 놀이 목적이 아닌 다른 의도로 접근하는 참가자들이 늘어나는 점이다. 일부 모임에서는 특정 성별의 비율을 지속적으로 묻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한 40대 남성이 강제 퇴장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운영자들은 건전한 분위기 유지가 모임 지속의 핵심이라며 불순한 접근을 엄격히 차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젊은 세대의 향수와 익명 문화가 결합한 결과로 본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하려는 욕구가 반영되었다는 분석이다. 사회적 지위나 실명을 밝히지 않고도 가볍게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이 관계 맺기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부담 없는 놀이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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