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이름까지 콕 찍으며 “이 한국음식 먹으라” 공식 발표

2026-01-0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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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메시지는 명확... 진짜 음식을 먹으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케네디 장관 유튜브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케네디 장관 유튜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식이 지침에 ‘김치’가 건강식품으로 처음 명시됐다. 향후 5년간 미국 연방정부의 영양 정책을 좌우할 '2025~2030 미국인을 위한 식이 지침'이 발효 식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우어크라우트, 케피어, 미소와 함께 김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과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이 7일(현지시각) 워싱턴 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발표한 이번 지침은 장 건강과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다뤘다. 지침은 "채소, 과일, 발효 식품, 고섬유질 식품을 섭취해 다양한 장내 미생물을 지원해야 한다"며 김치를 건강한 장내 환경을 위한 식품으로 권장했다.

케네디 장관은 브리핑에서 "우리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진짜 음식을 먹으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정부가 기업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고도로 가공된 식품과 정제 탄수화물 같은 음식 같은 물질이 공중 보건에 이롭다고 거짓말을 해왔다"며 "오늘 이 거짓말이 끝난다"고 선언했다. 지침 서문에는 "진짜 음식을 먹어라"라는 문구가 첫 문장으로 등장한다.

지침은 장 건강 섹션에서 "채소, 과일, 발효 식품(예: 사우어크라우트, 김치, 케피어, 미소), 고섬유질 식품은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을 지원하며, 이는 건강에 유익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김치가 발효 식품의 구체적 사례로 미국 정부의 공식 식이 지침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효 식품은 프로바이오틱스로 불리는 유익한 박테리아와 포스트바이오틱스를 제공해 유해 미생물을 억제하고 소화, 면역, 영양 흡수를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김치의 등장은 K푸드의 영양학적 위상이 미국 정부 차원에서 공인받았음을 의미한다. 미국 시장에서 김치는 이미 주류 슈퍼마켓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식품이 됐다.

새 지침은 2020년 지침의 164페이지 분량과 달리 단 10페이지에 불과하지만, 미국인의 식생활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하다. 이 지침은 매일 약 3000만 명의 어린이가 먹는 전국 학교 급식 프로그램, 군대 식단, 저소득층 영양 지원 프로그램 등 16개 연방 영양 지원 프로그램의 기준이 된다. 미국인 4명 중 1명이 이 지침의 영향을 받는 셈이다.

지침의 주요 내용은 단백질 섭취 증가와 초가공식품 제한이다. 새 지침은 체중 1㎏당 1.2~1.6g의 단백질 섭취를 권장해 기존 0.8g에서 최대 2배까지 늘렸다. 소고기,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가 전면 등장했고, 전지방 유제품 섭취가 허용됐다. 요리할 때 식물성 기름 대신 버터나 우지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반면 초가공식품에는 강력한 제동이 걸렸다. 지침은 "고도로 가공된 포장 식품, 조리 식품, 즉석 식품 등 염분이나 당분이 높은 음식을 피하라"고 단호히 권고했다. 또 첨가당에 대해 "건강하거나 영양가 있는 식단의 일부로 권장되는 양은 없다"며 한 끼에 10g 이상의 첨가당을 섭취하지 말라고 제시했다.

일부 영양학자는 이번 지침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 FDA(미국 식품의약국) 국장 데이비드 케슬러 박사는 "통 식품을 더 많이 먹고 고도로 가공된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 식단과 건강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미국 의학협회 회장 바비 무카말라 박사는 "지침이 음식은 약이라는 것을 확인하며 환자와 의사가 건강을 개선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우려를 표했다. 마리온 네슬 뉴욕대 영양학 명예교수는 "이 지침은 과학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에 관한 것"이라며 "혼란스럽고 모순적이며 복고적"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심장협회는 성명에서 "포화지방과 나트륨에 대한 권장 한도를 유지하고 과일, 채소, 통곡물을 강조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붉은 고기 소비에 대한 권장사항이 의도치 않게 소비자들이 나트륨과 포화지방의 권장 한도를 초과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알코올 섭취에 대한 권고는 과거 "남성은 하루 2잔, 여성은 1잔 이하"라는 구체적 기준이 사라지고 "전반적인 건강 개선을 위해 술을 덜 마시라"는 포괄적 권고로 바뀌었다. 이는 1980년 지침 제정 이후 46년 만에 처음 있는 변화다.

미국 의료 전문지 STAT는 터프츠대 식품의학연구소 소장 다리우시 모자파리안 박사의 말을 인용해 "가장 획기적인 것은 미국인들에게 여러 대규모 식품 카테고리를 피하라고 권고한 것"이라며 "이전에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보도했다.

발효 식품 제조사 라이프웨이 푸즈는 성명에서 "이 새로운 지침은 전지방 유제품을 지지하고 발효 식품을 강조하며, 특히 케피어를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 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식품으로 명시했다"며 환영했다.

새 지침은 1992년 이후 사라졌던 식품 피라미드를 뒤집은 형태로 부활시켰다. 상단에는 단백질, 유제품, 건강한 지방과 채소, 과일이 동일한 비중으로 배치됐고, 하단에는 통곡물이 자리했다. 피라미드 최상단에는 소고기 덩어리, 두툼한 치즈, 우유 한 통이 그려져 미국인들이 핵심적으로 섭취해야 할 식품으로 제시됐다.

푸드 세이프티 저널은 "지침이 처음으로 장 건강과 마이크로바이옴을 언급하며 고도로 가공된 식품에 대해 경고하고 과일, 채소, 발효 식품, 고섬유질 식품을 장려해 균형 잡히고 튼튼한 장내 세균총을 촉진한다"고 분석했다.

케네디 장관은 "새 지침은 통 식품, 영양 밀도가 높은 음식이 더 나은 건강과 낮은 의료비로 가는 가장 효과적인 길임을 인정한다"며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은 필수적이며, 이전 식이 지침에서 잘못 억제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포화지방에 대한 전쟁을 끝낸다"며 "우리 정부는 오늘 첨가당에 전쟁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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