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겨울에 없는 집이 없는데, 일본에서는 눈에도 띄기 힘든 '식재료'

2026-01-1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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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무청을 겨울 보약으로, 시래기의 숨은 영양가
같은 동아시아 다른 밥상, 시래기를 대하는 한일의 식문화

한국의 겨울 식탁에서 시래기는 너무도 익숙한 재료다. 무를 수확한 뒤 남은 잎과 줄기를 말려두었다가 찌개나 국, 나물로 먹는 시래기는 겨울을 나기 위한 생활의 지혜에 가깝다. 반면 일본에서는 시래기와 비슷한 채소 부산물이 거의 식재료로 쓰이지 않는다. 무 잎은 대부분 폐기되거나 일부 절임용으로만 제한적으로 소비될 뿐, 한국처럼 겨울 내내 밥상에 오르는 존재는 아니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이지만, 시래기를 대하는 태도만큼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는 식문화의 출발점에서 비롯된다. 한국은 오랜 세월 저장과 발효, 건조를 통해 겨울을 대비해온 나라다. 신선한 채소를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 무청을 말린 시래기는 귀중한 섬유질과 영양 공급원이었다. 반면 일본은 비교적 온난한 기후와 해산물 중심의 식생활 덕분에 잎채소 부산물을 굳이 말려 활용할 필요가 적었다. 그래서 일본인에게 시래기는 낯설고, 질기며, 굳이 먹을 이유가 없는 재료로 인식되기 쉽다.

유튜브 '김대석 셰프TV'
유튜브 '김대석 셰프TV'

하지만 겨울 시래기의 영양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래기는 무보다 식이섬유 함량이 훨씬 높다. 말리는 과정에서 수분이 빠지면서 섬유질과 미네랄이 농축되기 때문이다. 겨울철 활동량 감소로 장 운동이 둔해지기 쉬운 시기에 시래기는 장을 부드럽게 자극해 변비 예방에 도움을 준다. 실제로 시래기국이나 시래기나물을 꾸준히 먹는 식습관은 장내 환경 개선과도 연결된다.

칼슘과 철분 함량도 눈에 띈다. 겨울에는 햇볕 노출이 줄어 칼슘 흡수가 떨어지기 쉬운데, 시래기는 뼈 건강을 보완해주는 식재료다. 특히 국이나 찌개 형태로 오래 끓이면 칼슘이 국물에 녹아들어 흡수율도 높아진다. 철분 역시 풍부해 겨울철 쉽게 느끼는 피로감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시래기가 겨울에 더 잘 어울리는 또 다른 이유는 체온 유지와도 관련 있다. 시래기는 성질이 차지 않고, 오히려 몸을 편안하게 데워주는 쪽에 가깝다. 된장과 함께 끓이면 발효 식품과 섬유질의 조합이 만들어지며, 이는 겨울철 면역력 관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시래기된장국 한 그릇이 속을 안정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튜브 '김대석 셰프TV'
유튜브 '김대석 셰프TV'

일본에서 시래기가 외면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식감이다. 제대로 손질하지 않으면 질기고 거칠다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를 해결하는 조리법이 자연스럽게 발달했다. 시래기를 충분히 불린 뒤 삶아내고, 다시 한 번 씻어 쓴맛을 제거하는 과정은 필수다. 이 과정을 거치면 질긴 섬유질은 부드러워지고, 특유의 구수한 향만 남는다. 여기에 된장, 들기름, 마늘 같은 양념이 더해지면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깊은 맛이 완성된다.

시래기는 가격 면에서도 겨울에 특히 매력적인 식재료다. 제철을 지나 저장된 재료이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하고, 한 번 준비해두면 여러 번 활용할 수 있다. 국, 찌개, 볶음, 무침까지 조리법도 다양하다. 일본 식탁에서 보기 힘든 재료이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겨울 밥상의 중심을 지키는 이유다.

결국 시래기는 단순한 무청이 아니라, 겨울을 견뎌온 한국 식문화의 상징에 가깝다. 일본에서는 버려지거나 낯선 재료일지 몰라도, 한국에서는 몸을 살리고 장을 지키며 겨울을 버텨내게 한 생활 음식이다. 추운 계절일수록 시래기의 가치는 더 또렷해진다. 화려하지 않지만, 겨울을 가장 한국답게 견디는 방법이 바로 시래기 한 그릇에 담겨 있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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