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찾는 사람들은 많은데, 돈이 있어도 사기 힘들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식재료
2026-01-1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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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 온도 상승이 부른 품귀 사태
겨울이 되면 한국 식탁에서 존재감이 더 커지는 수산물이 있따. 국물 요리부터 마른안주, 반찬까지 활용 범위가 넓은 데다 추운 계절에 유독 잘 어울리는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간극이다. 겨울철찾는 소비자는 많은데, 시장에 풀리는 물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거래 가격이 들쭉날쭉해졌다.
그건 바로 오징어다.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어획량 감소다. 동해안을 중심으로 한 오징어 어장은 수년째 부진을 겪고 있다. 해수 온도 상승과 해류 변화로 오징어의 주 서식지가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연안에서 잡히는 물량이 크게 줄었다. 과거에는 겨울이면 항구마다 오징어가 쏟아졌지만, 최근에는 조업을 나가도 빈손으로 돌아오는 어선이 적지 않다. 어획량 감소는 곧바로 공급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수요 측면에서는 겨울 특수가 뚜렷하다. 오징어는 겨울철 대표적인 단백질 식재료다. 마른오징어는 난방이 잘 되는 실내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안주로 인기가 높고, 생물 오징어는 무국, 찌개, 볶음 등 다양한 요리에 쓰인다. 특히 연말연시를 거치며 가정 소비와 외식 수요가 동시에 늘어나면서 시장에서는 물량 확보 경쟁이 벌어진다.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요가 몰리다 보니 가격이 빠르게 뛰는 구조다.
유통 구조 역시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오징어는 신선도가 중요한 수산물이라 냉장·냉동 유통 비용이 필수적으로 발생한다. 어획량이 적을수록 유통 단계에서 단가 부담은 더 커진다. 여기에 기상 악화로 조업일수가 줄어들면 물류가 지연되고, 이 과정에서 가격은 한 번 더 오르게 된다. 일부 시기에는 하루 이틀 사이에도 도매가가 크게 변동해 소매상조차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다.
수입 오징어로 수요를 일부 대체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해외산 오징어는 국내산에 비해 크기나 식감, 맛에서 차이가 있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특히 겨울철 마른오징어용 원물은 국내산 선호도가 높아, 수입 물량이 들어와도 체감 가격 안정 효과는 크지 않다. 오히려 국내산과 수입산의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서 ‘좋은 오징어’는 더 비싸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예년 같으면 겨울 간식이나 반찬으로 부담 없이 샀던 오징어가 이제는 장바구니에서 한 번 더 고민하게 되는 품목이 됐다. 상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가격을 올리면 판매량이 줄고, 가격을 낮추면 마진이 남지 않는다. 이 때문에 소매점마다 가격이 제각각 형성되며, 지역별·시기별 편차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겨울 오징어 시장의 불안정성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본다. 해양 환경 변화는 단기간에 되돌리기 어렵고, 어획량 회복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획 규제와 자원 회복 정책이 병행되고 있지만, 실제 체감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현재의 가격 구조는 수요가 많은 겨울철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겨울 오징어 가격 상승은 단순한 물가 문제가 아니라 해양 환경, 어업 구조, 소비 문화가 맞물린 결과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오징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공급 불안은 매년 겨울마다 반복적인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지금의 ‘부르는 게 값’ 현상은 일시적인 해프닝이 아니라, 변화된 환경 속에서 나타난 구조적 신호에 가깝다. 겨울 오징어를 둘러싼 풍경은 앞으로도 한동안 달라지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