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일대에 깔린 낯뜨거운 전단, 누가 뿌렸나 했더니...

2026-01-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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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인쇄업자부터 중간 브로커까지 일망타진

서울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밤이면 화려한 조명 아래로 오토바이 한 대가 휙 지나가자마자 바닥에는 '여대생 터치룸', '20대 여대생 모델 250명 출근', '만지지 못하면 손님이 아니다' 같은 민망한 문구의 종이 수천 장이 깔린다. 서울 강남 일대 보행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이 저질스러운 불법 전단들이 결국 쇠고랑을 찼다. 이번엔 배포자만 잡고 끝난 게 아니다. 경찰이 인쇄업자부터 중간 브로커, 그리고 연계 업소까지 일망타진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 제공

11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풍속범죄수사팀이 지난해 7월 2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약 5개월간 성매매와 의약품, 채권추심 등을 광고하는 불법 전단지 제작·배포 조직을 집중 단속해 총 338명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유흥업소 관계자와 인쇄업자, SNS에서 전단지 제작을 알선한 브로커 등 15명을 검거하고 45만여 장의 전단지를 압수했다.

이번 단속의 핵심은 '끝장 수사'였다. 단순히 길거리에서 전단지 뿌리는 배포자만 잡는 게 아니라, 이들에게 전단지를 공급하는 인쇄업자와 SNS로 제작을 연결해주는 브로커까지 추적했다. 전단지 유통의 연결고리를 하나씩 끊어낸 셈.

강남 일대 전단지 문제는 예전부터 심각했다. 2024년 대대적 단속으로 잠시 사라졌던 불법 전단지가 지난해 7월부터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이를 확인하고 추적 수사에 나섰는데, 검거된 배포자 7명은 알고 보니 2024년 단속 때도 걸렸던 인물들이었다. 가벼운 처벌을 받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것이다.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 제공

강남구청이 집계한 불법 전단지 수거량만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2023년 2월부터 2024년 3월까지 단속으로 수거한 전단지가 일평균 258kg에 달했다. 하루에 종이 258kg, 일반 전단지 약 8만6000장이 강남 거리에 뿌려졌다는 얘기다.

지난해 강남구 일대 불법 전단지 수거량은 4만1045장으로 전년 같은 기간(6만6423장)보다 38.2% 줄었다. 선정성 전단지가 확연히 줄어들면서 한경미화 종사자들의 청소도 한결 수월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4만 장이 넘는 불법 전단지가 수거됐다는 것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찰은 강남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끈질기게 추적했다. 지난해 9월 청량리역 역사 내에서 성기능 개선 의약품 전단지를 배포한 자를 검거한 뒤, 이를 단서로 총책과 판매책, 인쇄업자까지 줄줄이 잡아냈다. 11월엔 SNS에서 선정적 전단지 제작을 알선한 브로커와 인쇄업자를 적발했다.

일선 경찰서와 기동순찰대도 가세했다. 가로등과 전봇대에 무단으로 광고물을 붙인 316명에게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배포자 7명은 현장에서 바로 검거했다.

불법 저난을 뿌리는 모습 / 서울경찰청 제공
불법 저난을 뿌리는 모습 /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은 불법 전단지에 적힌 전화번호 1057건을 차단하고, 인쇄협회와 조합 등에 불법 전단지 제작 근절을 요청하는 서한도 발송했다. 경찰이 압수한 물건을 보면 불법 전단지가 단순한 종이 쪼가리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휴대폰 6대와 대포폰용 유심, 성기능 개선제 등 불법 의약품 440통이 함께 나왔다. 전단지 뒤엔 성매매와 대부업, 불법 의약품 같은 각종 범죄가 얽혀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재범이다. 불법 전단지 관련 법정형이 높지 않아 가벼운 처벌만 받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강남에서 검거된 배포자들 상당수가 2024년 단속 때도 걸렸던 인물이라는 게 이를 보여준다.

경찰은 불법 전단지 관련 법정형이 높지 않아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재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성매매나 대부업, 의약품 관련 불법행위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인 단속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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