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 '최소 2000명 사망' 대학살... "우리를 사냥하고 있다"

2026-01-12 10:02

add remove print link

인터넷 차단하고 벌이는 유혈 진압... 5세 어린이도 총에 맞아 사망

이란 시위 현장. / 'RTÉ News' 유튜브
이란 시위 현장. / 'RTÉ News' 유튜브
테헤란 남부 카흐리작 법의학센터 밖에 검은 시신 가방들이 줄지어 놓였다. 가족들은 밤을 새워 이곳을 헤매며 사랑하는 이를 찾았다. 이란 블로거 바히드 온라인이 입수한 영상에는 신원 확인용 사망자 사진들을 화면에 띄우는 장면이 나왔는데, 한 사진 아래 '250'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이곳에만 250구 이상의 시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목격자들은 이곳에서 400구가 넘는 시신을 봤다고 증언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시작된 이란 시위가 2주를 넘기면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 차단 속에서 벌어지는 유혈 진압의 전모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의료진과 목격자 증언은 대학살 수준의 참사를 가리킨다.

이란 시위 소식을 전하는 'LiveNOW from FOX' 유튜브 채널

미국 인권단체 HRANA는 11일 최신 집계에서 시위대 490명, 보안군 48명 등 총 538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만 6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이 지난 8일 이후 인터넷을 차단하면서 사망자 집계는 급격히 어려워졌다. HRANA는 확인되지 않은 보고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 실제 사망자는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소재 이란인권(IHR)은 지난 8일과 9일 이틀 동안에만 최소 2000명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타임지는 테헤란의 한 의사 증언을 토대로 수도의 단 6개 병원에서만 최소 217명의 시위대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대부분 실탄에 맞아 사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의사는 지난 8일 밤 하루 만에 테헤란에서 217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다른 도시의 병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북부 도시 라슈트의 한 병원은 단독으로 최소 70구의 시신을 받았고, 카라지의 마다니 병원과 가엠 병원에는 각각 44구와 36구가 이송됐다.

의료 현장은 아비규환이다. 테헤란에서 교육받은 시카고의 한 의사는 CNN에 이란 병원에서 근무하는 친구들로부터 전해 들은 참상을 공개했다. 정형외과 의사인 친구는 응급실에 총상을 입은 시신이 여러 구 있었고, 사지에 총을 맞은 환자만 최소 30명이었다고 전했다. 테헤란 파라비 안과병원에는 눈에 금속 펠릿이 박힌 환자가 200~300명 몰려들었다. 테헤란의 주요 안과 전문센터인 이곳의 한 의사는 BBC에 응급 상황에 돌입해 긴급하지 않은 입원과 수술을 모두 중단했다고 말했다.

이란 시위 현장 / 'The Straits Times' 유튜브
이란 시위 현장 / 'The Straits Times' 유튜브

인터넷 차단 전 이란와이어가 의료진으로부터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테헤란의 라바피네자드, 파라비, 마합쿠사르 병원 등에서 최소 500명이 심각한 눈 부상으로 치료받았다. 시라즈의 한 병원 의료진도 부상자가 대거 몰려들었지만 치료할 외과의가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많은 환자가 머리와 눈에 총상을 입었다. 한 의료진은 이란와이어에 공유한 영상에서 머리에 총을 맞은 여성을 치료하며 말했다. "이런 장면은 생전 처음이다. 파렴치한 자들이 머리와 목을 쏴 맞혔다. 지금까지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테헤란의 한 시위 참가자는 CNN에 병원에서 시신들이 서로 겹쳐 쌓여 있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다른 시위대는 다리에 40개가량의 펠릿(산탄총탄 안에 들어 있는 작은 납 또는 금속 구슬)이 박히고 팔이 부러진 60대 중반 남성을 돕는 과정에서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고 전했다. 네이샤부르의 한 의사는 CNN에 보낸 음성 메시지에서 보안군이 군용 소총으로 최소 30명을 살해했으며 그중에는 어린이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5세 어린이가 엄마 품에 안긴 채 총에 맞았다"고 이 의사는 전했다.

부상자가 너무 많아 병원 식별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을 개인 진료소에서 몰래 치료하고 있다고 이 의사는 덧붙였다. 테헤란 칼라에 하산칸 지역의 한 의료 소식통은 이란와이어에 지난 8일 시위 후 최소 6명이 사망했으며, 모두 머리와 목에 총을 맞았다고 전했다. 다음 날 같은 지역의 시위는 더 가혹하게 진압됐다. 보안군이 건물 옥상에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고, 한 11세 소년이 총에 맞아 고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 소식통은 밝혔다.

나자파바드에서 8일 보안군의 발포로 부상당한 이들이 몬타제리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람들이 자녀의 시신을 가져가려고 병원으로 달려왔고, 시신을 그대로 입은 옷 그대로 묻었다"고 한 의료진이 증언했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도 여럿 포함됐다. 가디언은 최소 3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40명 이상의 미성년자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휴먼라이츠워치가 확인한 사망자 명단에는 15세 무스타파 팔라히, 16세 타하 사파리, 17세 라술 카디바리안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시위 중 보안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

로레스탄 주 아즈나에서는 15세 무스타파 팔라히가 지난 1일 시위 중 숨졌다. 같은 시위에서 16세 타하 사파리도 총에 맞아 나중에 사망했다. 법률가 인턴이던 28세 아흐마드 레자 아마니도 같은 날 총에 맞아 숨졌다. 일람 주 말레크샤히에서는 지난 3일 시위대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건물에 몰려들었다가 옥상에 있던 IRGC 대원들의 발포로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케르만샤 주에서는 17세 라술 카디바리안과 20세 형 레자가 지난 3일 시위 중 총에 맞았다. 형은 현장에서 숨졌고, 동생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나중에 사망했다.

보안군은 잔혹했다. 의료진들은 보안군이 시위대의 머리와 목을 겨냥해 실탄을 쏘았다고 증언했다. 암네스티가 자문한 독립 병리학자는 부상 사진을 검토한 뒤 사냥용 탄환으로 인한 부상이라고 분석했다. 일람의 한 사진작가는 소셜미디어에 금속 펠릿으로 뒤덮인 자신의 피범벅 얼굴 영상을 올리며 말했다. "인간을 죽이는 건 그들에게 게임이다. 우리를 사냥감으로, 자신들을 사냥꾼으로 여긴다.“

이란 시위 현장 / 'Channel 4 News' 유튜브
이란 시위 현장 / 'Channel 4 News' 유튜브

병원도 공격받았다. 지난 4일과 5일 일람의 이맘 호메이니 병원에 보안군 특공대와 IRGC가 침입했다. 이들은 금속 펠릿을 장전한 산탄총과 최루가스를 병원 안으로 발사했고, 유리문을 부수고 환자와 가족, 의료진을 구타했다. 미국 국무부는 "병동 습격, 의료진 구타, 최루가스와 탄환으로 부상자 공격은 명백한 반인도적 범죄"라고 비판했다. 병원의 보안군 주둔은 많은 부상자가 치료받기를 꺼리게 만들었고, 이는 사망 위험을 높였다. 실제로 차하르마할 바흐티아리 주 하프셰잔의 모센 아르막은 지난 3일 금속 펠릿에 맞은 후 병원이 아닌 가축 농장으로 옮겨졌다가 숨졌다.

체포된 이들의 수도 급증했다. HRANA는 1만 6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추산했다. 14세 어린이들도 포함됐다. 일부는 병원에서 체포됐고, 많은 이들이 강제실종과 독방 구금을 당해 고문 위험에 처했다. 당국은 이미 지난 5일 IRGC 계열 타스님 통신을 통해 18세 여성과 16세 소녀의 강제 자백 영상을 방영하며 이들을 폭동 주도자로 몰았다.

모하마드 모바헤디 아자드 이란 검찰총장은 시위 참가자를 신의 적으로 규정하며 사형 위협을 가했다. 국영 TV를 통해 전달된 성명은 폭동을 돕는 자들도 같은 혐의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검사들은 기소장을 작성해 신속히 재판을 준비하고, 국가를 배신하고 불안을 조성해 외국의 지배를 추구하는 자들과 단호히 맞서야 한다. 관용과 동정, 너그러움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성명은 밝혔다.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는 지난 3일 연설에서 폭도들을 강력히 진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IRGC 로레스탄 지부는 관용의 시기가 끝났다며 반보안 운동의 폭도와 조직자, 지도자들을 관용 없이 겨냥하겠다고 선언했다. 사법부 수장도 지난 5일 검사들에게 시위대에 대한 관용을 보이지 말고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8일 이란 전역에서 인터넷과 전화 통신이 거의 완전히 차단됐다. 인터넷 감시 단체 넷블록스는 전국적인 인터넷 차단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차단은 시위 규모와 경찰 잔혹행위의 제대로 된 기록을 막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시린 에바디는 지난 9일 통신 차단 아래 대학살이 계획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미 한 테헤란 병원에만 수백 명의 부상자가 있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란 인권센터도 인터넷 차단 아래 대학살이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터넷 차단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영상과 증언이 스타링크 사용자 등을 통해 외부로 전달되고 있다. 파르디스, 카라지, 테헤란 동부 알가디르 병원 등지에서 촬영된 영상들은 바닥에 쓰러진 시신들을 보여준다. 지난 10일 가디언은 스타링크를 통해 받은 보고를 인용해 테헤란 곳곳에서 수백 구의 시신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한 목격자는 "우리는 혁명을 위해 일어섰지만 도움이 필요하다. 저격수들이 타지리시 아르그 지역 뒤편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위대는 "많은 시위대가 총에 맞았다. 우리는 수백 구의 시신을 봤다"고 증언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이란 당국의 폭력 보고에 충격을 받았다며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했다. "표현과 결사, 평화적 집회의 자유는 완전히 존중되고 보호해야 한다"고 그는 밝혔다. 이란 당국은 11일 국영 TV를 통해 검은색 시신 가방 수십 개가 테헤란 검시관 사무실 바닥에 놓인 모습을 방영하며, 이들이 무장 테러리스트들로 인한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당국은 미국과 시온주의 체제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순교한 이들을 기린다며 3일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