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15분에 나온 게 문제? 에스파를 둘러싼 ‘원폭 음모론’ 확산

2026-01-1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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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가짜 정보 발신·확산에 적절히 대응”

에스파가 일본 연말 가요제 무대에 오른 ‘시간’ 하나가 현지 온라인에서 뜻밖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걸그룹 에스파 / 뉴스1
걸그룹 에스파 / 뉴스1

11일 일본 산케이 신문 등 보도에 따르면 일본 공영방송 NHK는 소셜미디어에서 확산 중인 의혹은 근거 없는 허위 정보라며 출연 시간과 연출, 선곡은 방송 흐름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발단은 에스파가 지난해 12월 31일 방송된 ‘제76회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해 오후 8시 15분 전후 무대에 오른 뒤였다. 일본 일부 이용자들은 이 시간대가 히로시마 원폭 투하 시각으로 알려진 오전 8시 15분과 숫자가 같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의도가 있는 연출 아니냐는 주장을 폈다. 일본의 종전일인 8월 15일을 연상시키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었고 방송 직후부터 관련 글과 캡처가 소셜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퍼졌다.

보도에 따르면 한 이용자는 다시보기 화면을 근거로 ‘8시 15분 00초’와 ‘8시 15분 43초’ 같은 초 단위까지 언급하며 해당 구간에 에스파 무대가 포함돼 있었다고 적었다. “NHK가 의도적으로 그 시간에 등장시켰다”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일본을 모욕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소속사가 중국 자본과 연결돼 있다는 식의 근거 없는 말까지 함께 퍼지며 논란이 증폭됐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시각과 같은 ‘8시 15분’을 언급하며 홍백가합전에서 에스파의 출연 시간을 문제 삼은 일본 네티즌의 게시물. / X(옛 트위터) 캡처
히로시마 원폭 투하 시각과 같은 ‘8시 15분’을 언급하며 홍백가합전에서 에스파의 출연 시간을 문제 삼은 일본 네티즌의 게시물. / X(옛 트위터) 캡처
히로시마 원폭 투하 시각과 같은 ‘8시 15분’을 언급하며 홍백가합전에서 에스파의 출연 시간을 문제 삼은 일본 네티즌의 게시물. / X(옛 트위터) 캡처
히로시마 원폭 투하 시각과 같은 ‘8시 15분’을 언급하며 홍백가합전에서 에스파의 출연 시간을 문제 삼은 일본 네티즌의 게시물. / X(옛 트위터) 캡처

무대에서 부른 노래 가사도 억측의 소재가 됐다. 일부는 가사에 포함된 ‘big flash’ 같은 표현과 ‘drop’ ‘blow’ 등 단어가 섬광과 폭발을 떠올리게 한다며 원폭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내놨다. “곡 자체가 은유로 가득하다” “확률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같은 과격한 댓글도 이어졌다.

NHK는 출연 시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근거 없는 허위 정보”라며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출연 시간과 연출, 선곡은 방송 흐름에 따른 것이며 가짜 정보의 발신과 확산에는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이번 논란이 커진 배경에는 ‘8시 15분’이라는 시간 논쟁만 있었던 건 아니다. 중국인 멤버 닝닝이 2022년 팬 소통 과정에서 올린 조명 사진이 원폭 버섯구름을 연상시킨다는 주장이 뒤늦게 재소환됐고 홍백가합전 출연을 반대하는 서명 움직임이 있었다는 내용도 함께 퍼지며 의심을 키웠다.

일본 안에서는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뒤 중·일 갈등이 확산한 상황까지 겹치면서 다국적 K팝 그룹이 정치적 긴장 속에서 ‘표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원자폭탄 버섯구름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던 조명 사진을 2022년 팬 소통 과정에서 공개한 에스파 멤버 닝닝의 게시물.
원자폭탄 버섯구름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던 조명 사진을 2022년 팬 소통 과정에서 공개한 에스파 멤버 닝닝의 게시물.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닝닝이 홍백가합전 무대에 오르지 못한 사실 역시 여러 반응을 낳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방송을 이틀 앞둔 지난해 12월 29일 일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닝닝이 인플루엔자 진단을 받았고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료진 권유에 따라 불참한다고 알렸고 실제 방송에는 카리나, 윈터, 지젤 3명만 무대에 올랐다.

이에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4명이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과 함께 “이 시점에 정확히 독감이라니”처럼 과거 논란과 연결 지으려는 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K팝이 언어와 문화, 입장의 차이를 넘어 팬들을 이어온 흐름을 짚으며 이번 논란이 분열이 아니라 이해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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