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세포는 안 다친다… 부작용 공포 지운 '방사성의약품' 드디어 임상 진입

2026-01-1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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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알파핵종 항암제, FDA 임상 1상 승인의 의미

SK바이오팜이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꼽히는 방사성의약품 분야에서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으며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한 첫 단추를 꿰었다.

SK바이오팜은 방사성의약품(RPT) 신약 후보물질인 SKL35501과 이를 보조하는 영상 진단제 SKL35502에 대한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승인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알파핵종을 기반으로 한 방사성의약품으로 FDA 임상 1상 문턱을 넘은 최초의 사례다. 2024년 7월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스로부터 해당 기술을 도입한 지 약 1년 6개월 만에 거둔 성과로, SK바이오팜의 신약 개발 역량이 글로벌 수준 궤도에 올랐음을 입증하는 지표가 된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이번 임상은 뇌전증 치료제인 세노바메이트로 구축한 글로벌 사업 기반 위에 항암제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얹는 시도다. 회사는 미국에서의 임상 승인을 기점으로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동일한 계획서를 제출해 심사를 밟고 있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과 본사가 위치한 한국에서 동시다발적인 임상을 진행해 개발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임상 1상은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구체적으로는 암세포 표면에 있는 특정 단백질인 NTSR1(뉴로텐신 수용체 1)이 발현된 환자 군이 타깃이다. 기존 항암 치료가 더 이상 듣지 않거나 재발한 난치성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 시험은 약물의 용량을 단계적으로 늘려가며 인체 내 안전성을 확인하고, 약물이 암세포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하는지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한국과 미국의 여러 병원에서 환자에게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오픈 라벨(임상 참여자가 어떤 약을 투여받는지 아는 방식) 형태로 진행된다.

주목할 점은 치료와 진단을 동시에 수행하는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 접근법이다. 테라노스틱스는 치료(Therapy)와 진단(Diagnosis)의 합성어로, 환자에게 치료제를 투여하기 전 영상진단제인 SKL35502를 먼저 사용하여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만을 정밀하게 선별한다. 이후 치료제인 SKL35501을 투여함으로써 불필요한 약물 사용을 줄이고 치료 성공률을 극대화한다. 이는 맞춤형 정밀 의료의 핵심 트렌드를 반영한 임상 설계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SKL35501의 핵심 경쟁력은 알파 핵종을 사용한다는 데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인 악티늄-225를 사용하는 이 약물은 암세포를 파괴하는 에너지가 강력하면서도, 에너지가 뻗어 나가는 거리가 매우 짧다. 강력한 화력을 지녔지만 사거리가 짧은 무기에 비유할 수 있다. 덕분에 암세포 바로 옆에 붙어있는 정상 세포나 조직에는 손상을 거의 주지 않으면서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여 사멸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기존 방사선 치료나 화학 항암제가 가진 부작용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특성이다.

SK바이오팜은 이번 임상 진입을 위해 치밀한 공급망 구축을 선행했다. 방사성의약품은 원료인 방사성 동위원소의 수급이 개발의 성패를 가른다. 이를 위해 미국 테라파워, 벨기에 판테라, 독일 에커트앤지글러 등 글로벌 핵심 기업들과 악티늄-225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안정적인 원료 확보처를 마련했다. 외부에서 유망한 후보물질을 사들여 개발하는 인오가닉(In-organic) 전략과 자체 연구개발 역량을 결합해 RPT 밸류체인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이번 FDA 승인을 두고 회사가 RPT 분야의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는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뇌전증 치료제 분야에서 확보한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방사성의약품을 차기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육성해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SK바이오팜은 확보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응증을 확장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등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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