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두뇌, 퀄컴 칩 쓴다… 현대모비스, 자율주행 SW 동맹 '맞손'
2026-01-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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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퀄컴, 신흥시장 노린 자율주행 기술 결합
현대모비스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 현장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 퀄컴 테크놀로지스와 손잡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양사는 이번 포괄적 협약을 통해 급성장하는 신흥 자동차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차량용 소프트웨어 및 주행 보조 시스템 개발에 양사의 핵심 역량을 집중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기간 중인 지난 1월 7일, 현대모비스 전시관에서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MOU 체결식이 진행되었다. 현장에는 정수경 현대모비스 자동차 전자 사업부 총괄 부사장과 나쿨 두갈 퀄컴 테크놀로지스 자동차·산업·임베디드 IoT 부문 총괄 부사장이 자리해 협약서에 서명했다. 이번 만남은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양사가 공동 개발하기로 한 핵심 분야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다. SDV는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자동차의 기능을 개선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차량 구조를 뜻한다. 이번 협력은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시스템 통합 능력과 센서 융합 기술에 퀄컴의 고성능 반도체 기술력을 결합하는 것이 골자다. 현대모비스는 차량 내외부의 정보를 감지하고 분석하는 인지 기술에 강점이 있고, 퀄컴은 이를 빠르게 연산 처리하는 시스템온칩(SoC)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두 기업이 만나 기술적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인 협력의 시작점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라이드 플렉스 SoC를 기반으로 한 통합 제어 솔루션 개발이다. 이 칩셋은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기능을 단일 칩으로 처리할 수 있어 비용 효율성이 높고 시스템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양사는 이 기술을 활용해 차량의 주행 성능과 효율성,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는 표준화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하드웨어의 제약 없이 소프트웨어를 유연하게 구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다양한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번 협약은 인도 등 신흥 자동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 인도 시장은 차량 보급 확대와 함께 ADAS 등 첨단 사양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다. 현대모비스와 퀄컴은 가격 경쟁력과 고성능을 동시에 갖춘 통합 솔루션을 앞세워 이들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점유율을 확대할 방침이다.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에서 기술 표준을 선점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확장하려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현지 시장 특성에 맞춘 최적화된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CES 2026에서 차별화된 전시 전략을 선보였다. 불특정 다수에게 기술을 과시하기보다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고객사만을 초청하는 비공개 전시 부스(Private Booth)를 운영했다. 나흘간의 전시 기간 북미와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완성차 및 부품사 대표 200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밀도 높은 기술 미팅을 진행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로봇, SDV 솔루션, 차량용 반도체 등 현대모비스가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인 수주 논의가 오갔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퀄컴과의 협력을 발판으로 전동화와 자율주행 시대를 이끄는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 단순히 부품을 만들어 파는 제조사를 넘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정수경 부사장이 강조한 고객과의 집중적이고 수준 높은 협력은 이러한 변화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기계 공학에서 전자 및 소프트웨어 공학으로 이동하는 변곡점에서, 기술 동맹을 통한 현대모비스의 외연 확장이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