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하실래요?”~이 쿠폰 한 장이 고독사를 막는 이유

2026-01-1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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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대신 ‘외출 쿠폰’~광주 광산구, 고립된 이웃을 세상 밖으로 이끄는 따뜻한 실험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밖에 나가서 커피 한 잔 하세요.”

광주시 광산구가 건네는 이 한 장의 쿠폰에는 단순한 할인 혜택 이상의 절박한 임무가 담겨있다. 바로, 집 안에 고립된 채 사회와 단절된 이웃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내 고독사라는 비극을 막는 것이다. 현금 지원이나 일회성 방문이라는 낡은 방식을 넘어, ‘외출’이라는 일상적인 행동을 통해 관계를 회복하고 생명의 신호를 확인하는 광산구의 따뜻한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첨단1동이 중장년 1인 가구 등을 대상으로 지역 마트와 협업해 쿠폰을 제공하는 우리마을 초록빛 가게 사업을 추진했다.
첨단1동이 중장년 1인 가구 등을 대상으로 지역 마트와 협업해 쿠폰을 제공하는 우리마을 초록빛 가게 사업을 추진했다.

■ 동네 카페가 ‘안전 기지’로…초록빛 가게의 기적

이 실험의 성공 가능성은 첨단1동에서 시작된 ‘우리마을 초록빛 가게’ 사업에서 이미 증명됐다. 동네는 중장년 1인 가구 등 고독사 위험군 21명에게 매주 한 번씩 동네 카페에서 쓸 수 있는 음료 쿠폰을 지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웅크리고 있던 이웃들이 쿠폰을 쓰기 위해 조심스럽게 집 밖으로 나왔다. 카페 사장님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안부를 물었고, 단골손님들과 눈인사를 나누는 작은 관계가 시작됐다. 동네 카페가 단순한 소비 공간을 넘어, 이웃의 안위를 살피는 촘촘한 **‘마을 안전망의 거점’**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 작은 성공을 발판 삼아, 첨단1동은 올해 지역 마트와 손잡고 2만 원 상당의 생필품 쿠폰을 지급하는 사업으로 확대한다.

어룡동이 중장년 1인 가구 등을 대상으로 커피쿠폰을 제공하는 고립위험 1인가구 커피쿠폰 지급 사업을 추진했다.
어룡동이 중장년 1인 가구 등을 대상으로 커피쿠폰을 제공하는 고립위험 1인가구 커피쿠폰 지급 사업을 추진했다.

■ ‘똑똑’, 돌봄 이웃이 직접 전하는 온기

어룡동에서는 이 실험이 한 단계 더 진화했다. 고위험 1인 가구 50세대를 대상으로 커피 쿠폰을 지급하되, 단순히 우편함에 넣어두는 것이 아니라 ‘돌봄 이웃’이 직접 집으로 찾아가 전달한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건네는 쿠폰 한 장은, 단순한 종잇조각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돌봄 이웃은 대상자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말벗이 되어주며, 혹시 모를 위기 신호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생명의 파수꾼’ 역할을 하게 된다.

■ ‘돈’이 아닌 ‘관계’를 처방하다

광산구의 이 실험들이 특별한 이유는, 고독사 문제의 해법을 ‘돈’이 아닌 ‘관계’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현금성 지원은 당장의 생계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사회적 고립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커피 한 잔’, ‘장보기 한 번’이라는 소소한 외출의 계기는, 고립된 개인이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처방전’이 된다. 이 작은 날갯짓이 모여, 누구도 홀로 방치되지 않는 안전한 공동체를 만드는 거대한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동네마다 특성에 맞는 생활 밀착형 돌봄 사업을 계속해서 확대할 것”이라며 “일상 속 작은 관심과 한 번의 외출이 모여, 우리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안전망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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