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종교계 신년하례회, 덕담 대신 ‘쓴소리’ 터져 나온 이유
2026-01-1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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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주의 훼손 말라”… 종교 지도자 60인, 정부의 ‘특정 종단 제재’ 움직임에 우려 표명
한국종교협의회·KCLC, 공동 성명 통해 ‘헌법적 가치 수호’ 촉구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아 덕담이 오가야 할 종교계 신년 하례회장이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정부가 최근 시사한 특정 종교 단체에 대한 고강도 제재 방침을 두고, 종교 지도자들이 “헌법적 가치를 위협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한목소리로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사단법인 한국종교협의회(종협)와 대한민국기독교성직자협의회(KCLC) 주최로 열린 신년하례회에는 국내 주요 종단 지도자 60여 명이 집결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단순한 새해맞이를 넘어, 종교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과잉 처벌 경계
이날 발표된 공동 성명서의 핵심은 ‘헌법 수호’였다. 지도자들은 지난 12일 청와대 간담회 등에서 흘러나온 ‘해산’, ‘자산 조치’ 등의 강경 발언이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KCLC 측은 성명서를 통해 “범죄 행위가 있다면 행위자 개인을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될 일”이라며 “여론이나 다수의 판단에 기대어 종교 단체 자체를 해산시키거나 말살하려는 시도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종협 또한 ‘포괄적 낙인찍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특정 신앙을 ‘이단’이나 ‘사이비’로 규정해 사회적 혐오를 조장하는 방식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다른 신앙 공동체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들은 “오늘의 칼날이 내일은 누구를 향할지 모른다”며 정부에 신중하고 균형 잡힌 접근을 강력히 주문했다.
◇ 종교의 벽 허무는 ‘연대’ 강조
무거운 주제가 다뤄졌지만, 행사의 본질인 ‘화합’의 의미는 퇴색되지 않았다. 참석한 60여 명의 지도자는 나라의 안녕을 비는 합심 기도를 올리며 종교 간의 벽을 허물었다. 이어 진행된 윷놀이와 오찬에서는 각기 다른 교리를 가진 성직자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홍윤종 종협 회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실천적 종교 시대’를 화두로 던졌다. 홍 회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종단 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종교교회’ 설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한민족의 사명을 깨우치는 교육과 기도의 연대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정부와 종교계 사이의 미묘한 파열음 속에 시작된 2026년, 헌법적 가치와 종교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