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소주 마시면 몸이 후끈해지는 당신, 초긴장해야 하는 이유

2026-01-1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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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체온을 올리는 줄 알았는데... 크나큰 착각이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춥다. 소주나 한잔하자." 성인이라면 겨울철에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하지만 이 말만큼 위험한 착각도 드물다. 추울 때 술을 마시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손끝이 풀린다. 찬 공기가 피부에 닿아도 전처럼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때 사람들은 몸에 열이 오른다고 생각한다. 큰 착각이다. 술은 체온을 올리지 않는다. 오히려 급속도로 떨어뜨린다. 몸을 덥히려고 술을 마시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봤다.

알코올이 몸에 들어오면 30분 안에 피부 혈관이 최대 40%까지 확장된다. 혈관이 넓어지면 혈류량이 3배 이상 증가하고, 피부 온도는 2~3도 올라간다. 이때 느끼는 열감 때문에 사람들은 몸이 데워진다고 착각한다.

실상은 다르다. 넓어진 혈관을 통해 체열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속도는 평소의 5배에 달한다. 체표면적 1제곱미터당 분당 200킬로칼로리의 열이 증발한다. 마치 라디에이터를 풀가동하는 자동차처럼 열을 외부로 퍼붓는 것이다.

심부체온 측정 실험 결과를 보면 충격적이다. 소주 1병(360ml) 섭취 후 1시간이 지나면 심부체온이 평균 1.21.5도 떨어진다. 2병을 마시면 2.53도까지 하락한다. 정상 체온 36.5도에서 3도가 떨어지면 33.5도. 이미 중등도 저체온증 영역이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뇌의 시상하부에는 체온조절중추가 있다. 이곳은 0.01도 단위로 체온 변화를 감지하고 떨림, 혈관수축, 대사 증가 등으로 대응한다. 그런데 혈중알코올농도가 0.08%만 넘어도 이 중추의 반응속도가 60% 이상 느려진다. 체온이 떨어지는데도 몸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추위를 느끼는 감각도 마비된다. 피부의 냉각수용체는 보통 32도 이하에서 활성화하는데, 알코올은 이 수용체의 민감도를 70%까지 떨어뜨린다. 영하 5도 날씨에서도 "별로 안 춥네"라고 느끼는 이유다. 위험한데도 몸이 경보를 울리지 않는다.

떨림 반응도 억제된다. 정상인은 체온이 1도만 떨어져도 분당 200~300회 근육 떨림으로 열을 만든다. 이렇게 생산되는 열량은 시간당 400킬로칼로리에 달한다. 하지만 음주 상태에선 떨림 빈도가 40% 이하로 줄고, 열 생산량도 절반 이하로 감소한다.

체온이 35도 아래로 떨어지면 경증 저체온증이다. 기억력 감퇴, 판단력 저하, 어눌한 말투가 나타난다. 33도에선 근육이 경직되고 걷기 힘들어진다. 30도까지 내려가면 의식이 혼미해지고 맥박이 불규칙해진다. 28도 이하는 심정지 위험 구간이다.

음주 후 야외 수면은 ‘사망 직행 코스’다. 알코올은 각성중추를 억제해 수면을 유도한다. 잠들면 기초대사량이 20% 감소하고 열 생산이 줄어든다. 동시에 체온은 시간당 1~2도씩 급락한다. 영하 10도 환경에서 술 취해 2시간 잤다간 심부체온이 28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

심장도 위험해진다. 체온이 32도 아래로 내려가면 심장 세포막의 전기적 안정성이 무너진다. 심전도상 QT간격이 연장되고 오스본파가 출현한다. 28도 이하에선 심실세동 발생률이 50%를 넘는다. 한 번 세동이 시작되면 제세동기 없이는 생존이 거의 불가능하다.

겨울철 음주 사망 사례를 분석하면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귀가 중 야외에서 쉬다가 잠들었고, 발견 당시 외투를 벗어놓거나 느슨하게 입고 있었다. 덥다고 느껴 옷을 벗은 순간 체온 방어선이 무너진 것이다.

예방법은 명확하다. 겨울철 음주 후엔 평소보다 두껍게 입어야 한다. 모자는 필수다. 머리를 통한 열 손실이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야외 체류는 최소화하고 가능하면 따뜻한 실내로 이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술 마시면 몸이 따뜻해진다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 음주 후 따뜻함은 착각이자 체온이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다는 위험 신호다. 술은 난로가 아니라 냉장고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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