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염소 죽였던 230kg 소청도 맹수, 알고 보니 북한서 헤엄쳐서 왔다

2026-01-1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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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도 쑥대밭 만든 '북한서 온 멧돼지' 사살

둔탁한 몸집과 짧은 다리를 가진 멧돼지가 북한에서 인천 소청도까지 헤엄쳐 왔다. 육중한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이 놀라운 수영 능력은 멧돼지가 가진 여러 신체 능력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소청도서 사살한 멧돼지. / 인천시 옹진군 제공
소청도서 사살한 멧돼지. / 인천시 옹진군 제공

지난 17일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에서 사살된 230kg짜리 멧돼지는 북한 지역에서 헤엄쳐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 31일 소청도 일대 폐쇄회로(CC)TV에서 처음 포착된 이 3년생 멧돼지는 두 달여간 섬을 돌아다니며 새끼 염소를 죽이고 고구마 등 농작물에 피해를 입혔다. 옹진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2월까지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을 운영하며 포획 작업을 벌였고, 결국 17일 오후 1시 50분께 해삼 양식장 인근에서 엽사가 이 멧돼지를 발견해 사살했다.

100여개 섬으로만 이뤄진 옹진군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청도를 비롯해 덕적도, 연평도, 승봉도 등에서 멧돼지 출몰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옹진군 관계자는 "서해5도에 출몰하는 멧돼지 대부분은 북한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멧돼지는 물을 좋아하며 수영 실력이 매우 뛰어난 동물이다. 2013년에는 한 멧돼지가 프랑스에서 영국의 채널 제도까지 11km를 헤엄쳐 간 사례가 있었다. 이는 멧돼지의 수영 능력이 단순히 강이나 하천을 건너는 수준을 넘어 장거리 해상 이동까지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에서도 멧돼지의 수영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는 여럿 있다. 2011년 10월 17일 울산 동구에 위치한 한 조선소 앞바다에서 멧돼지가 발견됐다. 바다를 헤엄치고 있던 멧돼지를 해경이 건져올린 뒤 현장에서 사살했다. 2015년 11월에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에서 서식하던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으러 바다를 약 2km 헤엄쳐 진우도에 갔다가 다시 헤엄쳐 신호동에 출몰하기도 했다.

멧돼지는 둔해 보이는 생김새와 달리 매우 민첩하다. 달리기 속도는 최대 시속 40km로 일반인보다 약 2배 정도 더 빠르다. 140~150cm 떨어진 거리도 가뿐히 도약할 수 있을 정도로 운동 능력이 뛰어나다. 또한 염소처럼 ‘벽달리기’도 한다.

후각과 청각도 상당히 발달돼 있다. 다만 시력이 많이 떨어지는 터라 10~15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물체를 알아볼 수 없다. 높은 지능과 고유의 무리생활을 통한 높은 사회성도 갖고 있다. 길들이면 간단한 사람 말도 알아듣고 심지어 타종 동물들과도 소통하면서 함께 뛰어노는 수준이다.

야생의 개체수가 매우 많으며 분포 지역도 매우 넓은 동물이다. 따라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리스트에는 멸종 우려가 없는 LC 등급으로 분류된다. 이는 멧돼지과 특유의 높은 번식력 덕분이다. 멧돼지과는 다른 우제류와 달리 먹이사슬의 중~하위권에 있어 천적들에게 많이 사냥당하다 보니 번식력을 올리는 방향으로 진화했고, 한 배에 최대 12마리까지 낳는 데다 성장속도도 매우 빠르다.

원래 멧돼지는 동남아시아에서 진화해 유라시아 전역과 북아프리카까지 널리 퍼져 살았고, 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에서는 살지 않았다. 그러나 유럽인들에 의해 아메리카 대륙과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 외래종으로 자리잡게 됐다. 한대기후에서 건조기후에 이르기까지 울창한 식생과 물이 존재하고 규칙적으로 눈이 내리지 않는 지역이라면 어디서든 서식한다.

멧돼지의 뛰어난 수영 능력은 이처럼 광범위한 서식지 확장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바다를 건너 새로운 섬으로 이동하거나, 강과 호수를 건너 서식지를 넓히는 데 수영 능력이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옹진군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여부를 검사할 계획이었으나, 외부 반출이 어렵다고 판단해 현장에서 매몰 처리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주민을 보호하고 농산물 피해를 막기 위해 포획과 감시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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