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마을 앞길 닦아주신 군수님 상 주세요” 노부부의 생애 첫 손편지
2026-01-2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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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 정남인·이민숙 부부 사연 화제

"시방 경운기도 못 들어가는 길이 이렇게 넓고 좋아졌응게 내 여한이 없당게요"
비나 눈이 오면 진창이 되던 마을 앞길을 포장해 준 군수에게 상을 달라며, 시골 노부부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손글씨 편지가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전북 고창군은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로부터 정남인·이민숙 부부가 이 대통령에게 쓴 손편지 사본을 전달받으면서 이 같은 사연을 알게 됐다고 22일 밝혔다.
부부는 집안 사정으로 정규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왔다. 그러다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꾹꾹 눌러쓴 생애 첫 편지를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한다.
편지에는 "몇십 년 동안 농로가 좁아서 차도 잘 못 돌리고 경운기도 돌리다가 빠지던 길을 군수님이 방문해서 차도 돌리고 경운기도 잘 돌리게 해 주셨다"는 고마움이 담겼다. "밭에 갈 때마다 고마운 마음이 든다"며 "군수님께 대통령상을 드릴 수는 없는지요"라고 부탁하는 내용도 적었다.

부부가 사는 고창군 상하면 용대마을 왕방굴골은 좁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남 영광군과 경계를 맞댄 행정경계지역이다. 자연스럽게 행정의 관심에서도 비껴나면서 마을 앞길은 50여년 전 시멘트 포장 이후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
반백 년의 세월 속에 시멘트가 벗겨지고 자갈과 흙이 드러나 비나 눈이 오면 진창길이 되곤 했다. 경운기조차 들어가기 어려운 비좁고 급경사인 탓에 콤바인, 이양기 같은 농기계 작업은 엄두도 못 냈다.
부부의 숙원은 심덕섭 현 고창군수의 현장 방문으로 해결됐다. 심 군수는 2023년 봄 취임 초 행정경계지역 주민들을 살피기 위해 용대마을을 찾았다가 부부의 간곡한 민원을 들었다. 이후 마을 앞길 확·포장 작업이 결정됐고, 같은 해 겨울 공사가 마무리됐다.
안전하고 넓어진 길은 노부부의 일상도 바꿔놨다. 매일 오토바이로 읍내에 나가 판소리 교육을 받고,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손주들에게 용돈까지 챙겨줄 정도로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
부부는 “‘수십 년간 안 된다고만 하던 일을 군수님이 직접 와서 해결해 줬다’며 "꼭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