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운대구, 포상은 주민에게만?
2026-01-23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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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대구 ‘위기가구 신고 포상금제’가 던진 질문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행정은 늘 말한다. “주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관심을 행동으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해운대구가 본격 운영에 들어간 ‘위기가구 신고 포상금 제도’는 눈길을 끈다. 말이 아니라 제도로 주민의 관심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해운대구의 이 제도는 단순하다. 실직·질병·휴·폐업 등 위기 상황에 놓인 가구를 주민이 신고하고, 조사 결과 해당 가구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새롭게 선정되면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한다. 관심이 구조로 이어지는 구조다.
복지 사각지대는 행정 혼자서 찾기 어렵다.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은 결국 이웃이다. 해운대구는 그 현실을 인정했고, 주민의 눈과 귀를 행정의 일부로 끌어들였다. 이 지점에서 이번 제도는 ‘착한 정책’을 넘어 ‘영리한 정책’이 된다.
그런데 취재를 하며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맴돈다. “이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행정 매뉴얼 어디에도 ‘주민 신고 포상금제’는 자동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기존 방식으로는 위기가구를 놓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 주민 참여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고민, 그리고 실패 가능성까지 감수한 선택. 이 모든 과정은 누군가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행정 조직에서 이런 제안은 결코 쉽지 않다. 새로운 제도는 늘 설명해야 하고, 설득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성공하면 조직의 성과가 되지만, 실패하면 개인의 부담으로 남는다. 그래서 많은 아이디어가 책상 서랍 속에서 사라진다.
그럼에도 해운대구는 이 제도를 현실로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 포상은 주민에게만 가는 것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행정을 움직인 아이디어를 낸 공무원은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가. 주민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하면서, 정작 그 제도를 설계한 공무원에게는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로 끝난다면, 다음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다. 혁신은 개인의 희생 위에서 반복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정책 제언은 명확하다. 주민 신고 포상금제가 있다면, 공무원 아이디어 포상 제도도 함께 가야 한다. 공개 포상, 공식 기록, 인사 평가 반영까지 이어질 때, 행정은 비로소 “아이디어를 내도 괜찮은 조직”이 된다.
김성수 해운대구청장이 말한 “작은 관심이 큰 희망이 된다”는 말은 주민에게만 향한 메시지가 아니다. 현장을 고민한 공무원의 작은 문제의식에 관심을 기울일 때, 그 희망은 제도가 되고 정책이 된다.
해운대구의 ‘위기가구 신고 포상금 제도’는 이미 좋은 정책이다. 이제 남은 건 하나다. 이 정책을 만든 사람에게 행정은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 그 답이 해운대구 행정의 다음 수준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