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벌금 300만 원이면 폭력도 예능이 된다… 무형유산을 망가뜨린 검찰과 부산시
2026-01-2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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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에도 예우 유지… 부산시의 무형유산 관리 실패
- 공공 폭력에 벌금 300만 원… 검찰의 안일한 사건 정리
- 폭력은 개인 일탈? 부산시·검찰의 공동 착각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언론계가 주목해 온 부산시 무형유산 보유자 폭행 혐의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 이 사건은 공공의 이름으로 부여된 ‘무형유산 보유자’라는 지위가 폭력 앞에서 얼마나 무력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건 이후 부산시의회는 무형유산 보유자의 결격·해제 사유를 강화하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뒤늦게나마 제도적 보완이 이뤄진 듯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검찰은 가해자에게 벌금 300만 원 약식기소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부산시는 “금고형 이상의 법원 판결이 나와야 자격 박탈이 가능하다”는 기존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 이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공공 행사장에서 욕설과 폭력을 행사해도, 벌금만 내면 무형유산 보유자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의미다.
더 황당한 대목은 따로 있다. 시민이 지켜보는 공공 행사장에서 욕설과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 무형유산 보유자에게 국민의 혈세로 매달 145만 원이 통장에 꼬박꼬박 입금되고 있다. 공공 예산으로 예우를 받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폭력을 행사하고 벌금만 내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다. 이쯤 되면 “벌금은 사실상 면죄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국민 혈세로 연간 1740만 원을 지원받는 인물이 폭력을 행사하고도 검찰의 벌금 300만 원 처분을 받았다면, 과연 이 처벌을 두려워할 이유가 있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혈세로 예우를 받는 무형유산 보유자의 폭행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 폭행으로 취급돼서는 안 된다. 이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공적 지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공공성 침해 행위이기 때문이다.
무형유산 보유자는 단순한 개인 예술인이 아니다. 국가와 지자체가 공식적으로 지정하고, 매달 보조금과 사회적 예우를 제공하는 공적 지위를 가진 존재다. 그 지위는 문화 보존이라는 공익적 목적 위에 성립한다. 따라서 폭행은 개인 범죄가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부여된 지위를 스스로 훼손한 행위로 평가돼야 한다.
그럼에도 이를 일반 폭행 사건처럼 벌금형으로 정리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세금으로 예우받아도 폭력에는 관대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사회에 보내는 셈이다. 이는 무형유산 제도의 도덕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다른 보유자들까지 함께 불신의 대상에 올려놓는다.
폭행의 수위만 따질 문제가 아니다. 누가, 어떤 지위에서, 어떤 책임을 지고 있었는지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 무형유산 보유자의 폭행은 형사 처벌과 별개로, 자격 유지 여부와 공적 예우 박탈까지 포함해 다층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형유산은 ‘명예’가 아니라 ‘면죄부’로 전락한다.
■ 검찰의 ‘약식 정리’, 폭력에 면죄부를 줬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곳은 검찰이다. 약식기소는 편의적 선택일 수는 있어도, 정의의 선택은 아니다. 공공성을 띤 지위, 시민 앞에서 벌어진 폭력, 사회적 파장을 고려했다면 정식 재판을 통해 책임의 무게를 따지는 것이 상식이었다.
검찰의 이번 결정은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이 정도 폭력은 벌금으로 정리된다.” 이 신호는 가해자에게는 안도감을, 시민에게는 허탈감을 안겼다. 법 집행이 사회적 경고 기능을 상실하는 순간이다.
무형유산 보유자의 폭행이 벌금형으로 정리되고도, 공적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며 공공의 이름으로 부여된 권력이 사적 일탈 앞에서 지나치게 관대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인식이다.
이 구조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가 한 손에 쥐어진 시스템이다. 수사를 시작한 기관이, 그 수사의 결과를 재판에 넘길지 말지까지 결정하는 구조에서는, 사건의 무게보다 검사의 판단이 앞설 수밖에 없다. 사건이 ‘얼마나 잘못됐는가’보다, ‘얼마나 부담스러운가’가 먼저 계산되는 구조다.
정부가 검찰청 폐지와 수사권 이관을 꺼내든 배경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이는 검찰을 향한 감정적 응징이 아니라, ‘봐주기’와 ‘솜방망이’가 반복될 수 있는 구조를 해체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수사는 경찰이 맡고, 기소는 별도의 판단을 거치게 함으로써, 한 기관이 사건의 시작과 끝을 동시에 쥐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부산 시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이 변화는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무형유산 보유자의 폭행이 단순 폭행이 아닌 공공성 침해로 다뤄질 수 있는지, 공공기관 비리가 ‘관행’이 아닌 범죄로 정면 평가받을 수 있는지, 지방권력 사건이 지역 논리에 묻히지 않고 기록으로 남을 수 있는지—이 모든 것이 수사 구조 개편의 실질적 시험대다.
조례를 만든 부산시도, 사건을 정리한 검찰도 서로를 핑계 삼을 뿐 책임지는 주체는 보이지 않는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작동하지 않고, 처벌은 있지만 두려움이 되지 않는다. 그 피해는 결국 시민에게 돌아간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부산지방법원 관계자는 “법원이 벌금형으로 약식명령을 할지, 사건을 정식 재판으로 넘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다음 달 중 판단이 내려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마지막 판단의 공은 사법부로 넘어갔다.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더구나 공공의 이름으로 지위를 부여받고, 세금으로 지원받는 인물이라면 그 책임은 훨씬 무거워야 한다. 조례는 있으되 작동하지 않고, 처벌은 있으되 경고가 되지 않는 사회라면, 제도는 이미 기능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법부는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처벌 문제가 아니라, 공공성과 책임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판단이라는 사실이다.
이번 사건이 또 하나의 ‘흐지부지된 사례’로 남을지, 아니면 공공성과 책임의 기준을 바로 세우는 전환점이 될지는 이제 사법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 시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