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갑자기 한국 상대로 '폭탄 발언'
2026-01-2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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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 국회는 관세 협정을 승인하지 않은 것이냐"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트루스소셜에서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난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 나는 2025년 7월 30일 양국에 이익이 되는 훌륭한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며 "내가 2025년 10월 29일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 협정 내용을 재확인했는데, 왜 한국 국회는 이 협정을 승인하지 않은 것이냐"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7월 무역 합의와 10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미국 전략 산업 분야에 총 3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2000억 달러는 연간 200억 달러 한도로 분할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이 지난해 11월 국회에 발의됐으나, 여야 의견 차이로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관세 자체를 올리는 게 목적이라기보다는 투자 협정 비준을 확실한 변수로 만들려는 게 근본적인 목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이 미국 측에는 간을 보는 것으로 비쳤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대법원에서 무효가 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확실한 약속을 빨리 얻어내려는 조급증을 낸 것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품목관세와 상호관세 언급이 대미투자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압박하기 위한 협상용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분석한다.
일부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한다. 최근 반이민정책, 그린란드 이슈, 유럽연합·캐나다와의 대립 등으로 지지 기반이 약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가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이후를 기약하며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고 판단해 이를 정면으로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구체적인 경제 성과를 내 정치적 위기 국면을 돌파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조치가 국제 외교 관례를 완전히 무시한 돌출 행동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오랜 시간 합의한 내용을 SNS를 통해 일방적으로 뒤집는 것은 국가 간 도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통보에 자동차 업계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국내 대표업체인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 25% 관세 여파로 2~3분기 약 4조 6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증권가는 자동차 관세가 다시 25%로 오른다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5조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관측했다.
관세 10% 인상 시 추가 영업비용이 현대차는 3조 1천억 원, 기아는 2조 2000억 원이다. 국내 생산량의 80% 이상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GM 역시 이번 관세 재인상 선언으로 철수설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대미투자특별법의 경우 국회에서의 논의가 더딘 상태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양국 간 양해각서를 한국에만 구속력이 있는 국내법으로 발의한 것은 문제라면서 국회 비준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원화 약세 기조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대미 투자 액수가 한도인 200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특별법 통과, 사업 선정 같은 절차에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올해 200억 달러 투자가 다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일본의 경우 지난해 7월 미국과 무역 합의를 타결했다. 9월 초순 투자 부문 MOU를 체결한 데 이어 12월 투자처를 선정하기 위한 대미투자 협의위원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관세의 순기능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한국과 일본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발언해왔다. 지난 20일 취임 1주년 브리핑에서는 "한국, 일본과 합의를 타결하면서 우리는 전례 없는 수준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한국 정부와의 추가 논의에서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어낸다면 관세 인상 방침을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를 지렛대로 삼아 자신의 목표가 달성되면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하거나 관세를 낮춰주는 일이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유럽 8개국에 예고했던 그린란드 관세를 철회한 바 있다.
문제는 변수가 있단 점이다. 법안 처리의 경우 야당까지 포함한 한국 국회의 행동이 필요하다. 여대야소의 한국 국회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행정부 차원에서 법안의 처리 시한을 약속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실무 라인을 총동원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진의를 파악하고 오해를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미국 측에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입법 절차의 현실과 일정에 대해서도 미국 측에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정경제부는 "현재 미국 측의 의중을 파악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 국회의 법안 논의 상황을 미국 측에 설명해 나가는 등 미국 정부와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미국을 방문해 미국 상무장관과 협의할 계획이다.
관세인하 및 대미투자를 축으로 하는 무역합의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민간용 우라늄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 등 다른 한미 합의들이 상호 연계돼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가 단순히 무역의 영역에 국한되는 것으로 간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미관계의 큰 틀에서 풀어가야 할 사안일 수 있는 만큼 김정관 산업장관의 방미 협의 상황에 따라 양국 정부 고위급 정무라인 인사 간의 후속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정책의 위법성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시점에 추가적인 관세 조치를 꺼내 든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1·2심에서처럼 대법원도 위법하다고 판단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나 이번 관세 조치 역시 사실상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