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조 매출 터졌다… 배터리 적자 뚫고 돈 벌어다 준 효자의 '정체'

2026-01-2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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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윤활유 호실적 뒤 배터리 적자, 2026년 ESS 확대로 수익성 회복 노린다

SK이노베이션이 2025년 연간 매출 80조 2961억 원, 영업이익 4481억 원을 기록한 가운데 배터리 사업의 대규모 자산 손상 인식 영향으로 4분기 세전 손실이 4조 원대를 기록했으나 정제 마진(원유 가격과 제품 가격의 차이) 개선과 윤활유 사업의 견조한 실적에 힘입어 본업의 수익성을 확인하며 재무 구조 안정화와 전기화 전략 추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28일 발표된 실적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9조 6713억 원, 영업이익 2947억 원을 달성했다. 정제 마진의 강세와 윤활유 사업의 안정적인 성과가 실적을 뒷받침했으나 에너지 솔루션(E&S) 사업의 비수기 진입과 배터리 부문 수익성 둔화로 인해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2910억 원가량 줄었다. 특히 영업외손익 측면에서 발생한 4조 6573억 원 규모의 손실이 전체 재무제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미국 포드 자동차와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BlueOval SK)의 구조 재편 과정에서 발생한 자산 손상과 SK온이 인식한 4조 2000억 원 규모의 손상이 반영된 결과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회사는 이번 손상 인식이 회계 기준에 따라 자산 가치를 현실화한 일회성 조정일 뿐 실제 현금 흐름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올해 1분기 중 포드가 켄터키 공장의 자산과 부채를 인수함에 따라 부채 규모가 줄어들며 연말 대비 재무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배터리 사업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중국 EVE 에너지와의 합작공장 지분 맞교환을 단행하고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비핵심 자산 매각 등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자산 재구성) 작업을 지속하며 재무 건전성 회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사업별 세부 실적을 살펴보면 석유 사업은 매출 11조 7114억 원, 영업이익 4749억 원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산유국들이 고시하는 원유 가격인 OSP(Official Selling Price) 하락과 제품 시황 개선이 맞물려 마진이 늘어난 덕분이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으로 인한 공급 차질과 동절기 난방용 제품 수요가 겹치며 등유와 경유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비를 뺀 수익)가 강세를 유지했다. 화학 사업은 8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신규 설비 가동과 전방 산업 수요 증가에 힘입어 PX(파라자일렌·페트병이나 섬유의 원료) 시황이 개선되며 적자 폭을 줄였다.

윤활유 사업은 매출 9896억 원, 영업이익 1810억 원을 기록하며 비수기임에도 견고한 이익률을 보였다. 유가 하락에 따른 마진 상승과 더불어 고급 윤활기유인 그룹Ⅲ 제품의 생산 및 판매 최적화가 주효했다. 반면 배터리 사업은 유럽 물량 확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와 고객사 재고 조정, 연말 가동률 저하 등이 겹치며 441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AMPC(첨단 제조 생산 세액 공제·미국 내 배터리 생산량에 비례해 받는 세액 공제) 수혜 규모는 1013억 원으로 집계됐다.

분기·연간 실적 / SK 이노베이션 뉴스룸
분기·연간 실적 / SK 이노베이션 뉴스룸

에너지 솔루션 부문인 SK이노베이션 E&S는 매출 3조 379억 원, 영업이익 1176억 원을 기록했다. SMP(계통한계가격·한전이 발전소에서 전기를 사오는 가격) 하락과 발전소 정비 비용이 반영되며 이익이 전분기 대비 줄었으나 호주 깔디따-바로사 가스전의 첫 LNG(액화천연가스) 선적이 성공하며 향후 수익 기반은 강화될 전망이다. 석유 개발사업 또한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추가 생산정 시추와 탐사를 이어가며 안정적인 생산 물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2026년 경영 환경에 대해 회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저유가 기조 속에서도 견조한 정제마진이 유지될 것으로 예측했다. 배터리 사업의 경우 에너지 저장 장치(ESS)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올해 총 2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글로벌 프로젝트 수주를 목표로 세웠다. 비우호적인 대외 환경 속에서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경영과 수익성 보완에 무게를 두겠다는 전략이다. 소재 사업 역시 고객사를 다변화하고 제조 원가를 낮춰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은 2025년 회계연도 무배당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현금 유출을 최소화해 재무 건전성을 조기에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장기적인 주주 환원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서건기 SK이노베이션 재무 본부장은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재무 건전성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전기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이어지는 전기화(Electrification) 밸류체인을 구축해 글로벌 토탈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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