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하고 예쁘다" 환자를 성추행한 정신과 의사, 여전히 진료 중

2026-01-2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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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신뢰 악용한 의료인, 면허 취소 못 하는 법의 허점

정신과 진료실에서 오간 말과 접촉이 치료였는지, 추행이었는지를 두고 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끝에 유죄가 확정됐지만, 해당 의사는 지금도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29일 JTBC가 보도한 사건이다.

가정폭력을 피해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던 20대 A씨는 2022년 1월,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며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정신과 병원을 찾았다. 당시 그는 쉼터에서도 통제와 폭언을 겪으며 정서적으로 취약한 상태였다. 병원 원장은 A씨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가족처럼 다가왔고, A씨는 점차 그를 ‘아버지 같은 존재’로 인식하게 됐다.

문제의 시작은 상담을 시작한 지 약 4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원장은 상담 중 A씨에게 옆에 앉아 손을 잡아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한 A씨가 명확히 거부하지 못하자 손을 놓지 않았다. 이후 포옹 등 신체 접촉은 점점 잦아졌고, 접촉의 강도 역시 높아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원장은 상담 과정에서 “어린 환자가 좋다”, “말랑말랑하고 예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A씨가 불편함을 느끼고 항의하자, 원장은 이를 치료적 표현이라고 주장하며 “노력하면 더 예쁜 조각품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또 다른 환자들에게도 비슷한 신체 접촉을 한다며, 하루에 진료한 환자 대부분을 안아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A씨는 결국 원장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신체 접촉이 치료 행위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있고, 피해자가 명확한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정신과 진료의 특수성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원장의 행위를 ‘진료 행위를 가장한 추행’으로 규정했다. 환자가 심리적으로 의존하는 관계를 형성한 뒤 이를 이용해 신체 접촉을 했으며, 이는 치료 범위를 명백히 벗어났다고 봤다. 재판부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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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경정신의학회 역시 해당 사안을 중대하게 판단했다. 학회는 정신과 의사가 환자와 성적인 접촉을 하는 것은 윤리 강령상 엄격히 금지된 행위라며, 원장의 회원 자격을 3년간 정지했다. 다만 이는 학회 차원의 징계에 그친다.

현행 제도상 형사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의사면허는 최대 1년 정지에 그칠 수 있다.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 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진료가 가능하다. 실제로 해당 원장은 지난해 4월 경기도 부천시에 정신과 병원을 개원해 현재도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신과 진료의 특성상 환자와 의사 사이의 권력 관계가 뚜렷하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트라우마나 가족 문제를 겪은 환자의 경우, 의사의 말과 행동을 치료로 받아들이기 쉬워 피해 인식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의료인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과 별개로, 면허 관리와 진료 제한 제도가 충분한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환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정신과 진료에서, 그 신뢰가 악용됐을 때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JTBC 취재진은 해당 원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하고 병원을 직접 찾았지만, 끝내 입장을 듣지 못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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