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로만 알았는데…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전장 낸 ‘국내 관광 명소’
2026-01-3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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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서류·현장 평가, 2027년 최종 결정
조선 수도 한양을 지킨 성곽 3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다시 도전한다.

국가유산청은 ‘한양의 수도성곽’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최종 신청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했다고 30일 밝혔다.
◈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 ‘수도 방어 체계’로 묶었다
‘한양의 수도성곽’은 조선의 수도 한양을 방어하기 위해 축조된 수도성곽으로 행정 중심지 역할을 한 한양도성과 유사시에 대비한 군사 목적의 방어용 입보성인 북한산성 그리고 백성의 피난과 장기전에 대비해 창고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연결성인 탕춘대성으로 구성된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 경기도 고양시 등 관계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 9월 등재신청서 초안을 제출한 뒤 보완을 거쳐 이달 말 마감에 맞춰 최종안을 제출했다. ‘한양의 수도성곽’은 지난해 7월 문화유산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선정되며 국내 절차의 마지막 단계를 밟았다.

◈ 2027년 7월 최종 결정…예비평가서 ‘기준 (ⅲ) 가능성’ 언급
이 성곽은 2024년 10월 실시된 유네스코 예비평가에서 18세기 수도 방어와 위급 시 수도 인구 전체를 안전하게 입보성으로 피난시켜 장기전을 수행하는 전략을 구현하기 위해 기능이 다른 3개의 포곡식 성곽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구조로 평가받았다.
동북아시아 포곡식 성곽의 축성 전통과 이를 창의적으로 계승한 구조, 한반도 수도성곽 발전의 정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세계유산 등재 기준 (ⅲ) 충족이 거론됐다는 설명이다.
세계유산 등재 기준은 모두 10가지로, 석굴암·불국사처럼 인류의 예술적 걸작에 해당하면 기준 (ⅰ), 수원화성처럼 문명 간 기술과 양식의 교류를 보여주는 경우는 기준 (ⅱ)로 분류된다.
종묘처럼 특정 시대의 건축과 제례 문화를 대표하는 유산은 기준 (ⅳ),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나 정주 형태를 보여주는 유산은 기준 (ⅴ)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기준 (ⅲ)은 가야고분군처럼 특정 문명이나 문화 전통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독보적인 실물 증거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앞서 한양도성은 2012년 잠정목록에 오른 뒤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했으나 2017년 자문기구 심사에서 ‘등재 불가’ 판단을 받아 신청을 철회한 바 있고 북한산성도 2018년 잠정목록 심의에서 통과하지 못했다.
유네스코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이코모스를 통해 올해 3월부터 서류 평가와 현장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등재 여부는 2027년 7월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 정기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 도심 속에서 만나는 한양도성
한양의 수도성곽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일상처럼 마주할 수 있는 성곽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대표적인 곳이 동대문 일대다. 흥인지문으로 상징되는 동대문 주변은 성곽이 도시 풍경 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구간으로, 인근 공원과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도성의 경계’가 실제로 어디였는지 감이 잡힌다. 성벽이 도로와 건물 사이로 이어지는 장면이 낯설지 않게 펼쳐져, 조선시대 수도 방어선이 현재의 서울 공간 안에 겹쳐져 있다는 인상을 준다.
조금만 동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신당동 ‘다산성곽길’에서도 성곽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골목길과 주거지, 산책로가 이어지는 동선 속에 성곽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 특정 유적지를 ‘관람’한다기보다 걷다 보면 역사를 ‘만나는’ 느낌이 강하다. 도심 생활권 바로 옆에 성곽이 붙어 있다는 점이 한양도성의 체감도를 높여주는 구간으로 꼽힌다.

북악산 구간은 한양도성을 ‘전망으로’ 느끼기 좋은 곳이다. 북악스카이웨이를 따라 올라가 팔각정에 오르면 산자락을 타고 이어진 성곽 선이 서울 전경과 겹쳐 보이며 도성이 왜 그 지형을 택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멀리서도 성벽의 흐름이 읽히는 지점이라 ‘도시를 두른 방어선’이라는 성곽의 성격이 비교적 또렷하게 드러난다.
직접 걷는 경험으로는 북악산 등산로를 따라 성벽이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인상적이다. 능선을 따르면서도 계곡 지형을 함께 고려해 축조된 포곡식 성곽의 구조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 성곽이 단순한 경계선이 아니라 지형과 군사 전략을 전제로 설계된 방어 시설이었음을 체감하게 한다. 성벽의 흐름을 따라 걷다 보면 한양도성이 왜 산세를 활용해 축조됐는지,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떤 지형 위에 형성됐는지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한양도성은 서울 여러 지역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남산 백범광장 일대 성곽길은 도심 한복판에서 성벽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구간으로, 회현동과 명동 방면 산책로와 이어져 접근성이 좋다. 혜화문에서 낙산공원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성곽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어 성벽의 흐름을 따라 걸을 수 있고, 인왕산 자락 무악재 일대와 성북동 성곽길에서도 도로와 주거지 바로 뒤로 성벽이 이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