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폭락이 뜻밖에도 일본 상황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2026-02-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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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 캐리 트레이드 흔들리자 비트코인도 출렁

일본 도쿄 / 픽사베이
일본 도쿄 / 픽사베이

일본은 오랫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돈 빌리기 쉬운 나라’로 꼽혀 왔다.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수익률이 더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글로벌 시장의 기본 구조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시장은 일본은행(BOJ)이 저금리와 낮은 변동성을 계속 유지해 줄 것이라 믿어왔다. 그런데 지난달 말 그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크립토슬레이트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23일 기준금리 가이던스를 약 0.75% 수준으로 유지했다. 다만 이 수준이 금리 인상의 끝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동시에 일본 국채 시장에서는 과거 양적완화와 수익률곡선통제(YCC) 시절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움직임이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기준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약 2.25%까지 올랐다. 1년 전의 두 배 수준이다. 특히 시장을 긴장시킨 것은 장기물이다. 4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4%를 넘어서며 급등했고, 이는 일본의 ‘공짜 자금 시대’가 끝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채권시장이 불안해지면 가격이 급격히 움직이고, 평소라면 소화됐을 거래에도 금리가 크게 튄다. 실제로 최근 일본 국채 시장에서는 유동성이 크게 악화했다는 지표들이 잇따라 나왔다. 수익률 곡선 곳곳에서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포착됐고, 시장조성 기능이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런 상황은 일본 국채 시장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은 미국 국채를 비롯한 해외 자산의 주요 보유국이다. 엔화 변동성이 커지거나 금리 상승이 이어질 경우, 해외 자산을 줄이거나 환헤지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고,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으로 영향을 확산시킨다.

비트코인도 이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비트코인은 일본 경제가 위기에 빠져야 영향을 받는 자산은 아니다. 단기간의 엔화 변동성과 금리 급등만으로도 글로벌 시장의 레버리지 거래가 줄어들면 암호화폐 시장은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강제적인 포지션 축소 국면에서는 ‘싫어서 파는 것’이 아니라 ‘팔 수 있는 것’을 파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국채 변동성이 커졌던 시기 비트코인은 단기 급락과 반등을 반복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약 8만6000달러 선에서 거래됐고, 이후 지난달 28일에는 8만9000달러 안팎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이후 주말 동안 시장 전반이 다시 흔들리며 비트코인은 7만5000달러 선까지 밀렸고, 청산 규모는 25억 달러를 넘겼다.

시장에서는 당시 매크로 데스크들이 엔화 변동성과 일본 정부·일본은행의 개입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본다. 이런 환경에서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거래가 빠르게 줄어들고, 그 과정에서 비트코인이 가장 먼저 압박을 받는다.

다만 일본발 충격은 대체로 짧고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국채 입찰이 비교적 양호하게 소화되거나, 정책 당국이 급격한 변동성을 억제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면 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40년물 국채 입찰 이후 금리는 다소 진정됐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저금리 체제가 완전히 붕괴되지 않더라도 과거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장’이 아니게 된 점 자체가 중요하다고 본다. 엔화가 더 이상 안정적인 자금 조달 통화가 아니라면 글로벌 시장 전반의 포지션은 이전보다 훨씬 취약해질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비트코인은 투자 심리의 바로미터처럼 움직인다. 일본 채권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때 비트코인이 먼저 흔들리고, 변동성이 잦아들면 다시 빠르게 반등하는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일본 국채 시장은 현재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 스위치’가 됐다는 평가다. 이 스위치가 켜질 때 비트코인은 유동성 자산처럼 팔리고, 꺼질 때는 매크로 이야기가 정리되기 전에 먼저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레버리지가 많은 시장일수록 확신보다 ‘조용함’이 더 중요한 이유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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