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돈벌이’ 허용 놓고 은행-코인업계 싸움 붙었다
2026-02-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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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보상 놓고 충돌한 월가와 코인업계

미국 백악관에서 암호화폐 업계와 월가 은행권이 스테이블코인 보상(수익) 구조를 놓고 머리를 맞댔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백악관은 이달 말까지 입법 문구에 대한 실질적인 타협안을 마련하라며 협상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3일(현지시각)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백악관은 최근 암호화폐 기업과 은행권 관계자들을 불러 미 상원의 암호화폐 시장 구조 법안을 둘러싼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디지털자산 자문기구 소속인 패트릭 위트가 주재했다.
이번 회의는 스테이블코인에 이자나 보상 개념을 허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장기간 대립해 온 암호화폐 업계와 은행권 간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인사들에 따르면, 은행권은 아직 구체적인 양보안을 제시하지 않은 반면 암호화폐 업계는 조속한 입법 진전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논의 자체에 대해 “필요한 방향의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은행 측이 실제 문구 수정이나 절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암호화폐 업계 참석자 수가 은행권보다 훨씬 많았다는 점도 이날 회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백악관은 회의 직후 양측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했다. 이달 말까지 스테이블코인 보상과 관련한 기술적 쟁점에서 실질적인 합의를 도출하라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타협안은 공화당뿐 아니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는 암호화폐 시장 전반을 규율하는 법안이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하원은 이미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고, 상원에서는 농업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남은 관문은 상원 은행위원회로, 이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수익 구조를 둘러싼 갈등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에 수익이나 보상이 결합될 경우, 은행 예금이 대규모로 이탈해 금융 시스템의 근간인 예금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역은행과 중소 금융기관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반복하고 있다.
반면 암호화폐 업계는 스테이블코인 보상이 이미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혁신을 억누르고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제3자 플랫폼이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까지 제한하려는 시도는 경쟁을 차단하려는 은행권의 이해관계라는 주장이다.
이날 회의에는 코인베이스, 서클, 리플, 크립토닷컴을 비롯해 주요 암호화폐 단체들이 참석했다. 은행권에서는 미국은행협회, 금융서비스포럼 등 대형 금융사와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디지털자산 정책 로비 단체인 디지털체임버의 코디 카본 대표는 회의 직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입법 진전이 혁신 기업이나 디지털 자산을 미래 금융의 기반으로 보는 소비자들을 처벌하는 방향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블록체인협회 최고경영자(CEO) 서머 머싱어 역시 “초당적 암호화폐 시장 구조 법안을 도출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며 백악관의 중재 역할을 평가했다. 그는 이번 논의의 핵심 쟁점이 여전히 스테이블코인 보상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은행권은 공동 성명을 통해 “어떤 입법이든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한 지역 금융의 역할을 지키고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보호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은행 대표들이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 소속이어서, 개별 회원사들의 동의를 얻기 전까지는 협상에서 유연하게 움직이기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도 언급했다.'
한편 민주당은 스테이블코인 논의 외에도 고위 공직자의 암호화폐 이해충돌 방지 조항, 불법 자금 유입 차단 강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인선 문제 등을 추가 요구 사항으로 제시하고 있어 협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연방정부가 예산 협상 난항으로 부분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백악관과 의회가 관련 논의를 얼마나 빠르게 진전시킬 수 있을지를 두고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 조속한 정부 재개를 촉구하며, 암호화폐 법안 논의 역시 정치 일정과 맞물려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달 말까지 실질적인 절충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보상 문제를 둘러싼 입법 향방이 미국 암호화폐 산업의 제도화 속도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