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말이라 무조건 믿었는데…유튜브 의학 영상 5개 중 4개 '근거 부족'
2026-02-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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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연구팀, 유튜브 '암·당뇨' 관련 영상 309개 분석
과학적 증거 부족한 D등급이 과반 이상…A등급은 19.7%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검색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면서 과거 포털 사이트나 백과사전이 맡아왔던 정보 탐색 기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특히 질병 증상이나 건강 상식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의학 정보를 유튜브로 검색해 습득하는 이용자도 많다. 다만 영상 속 정보가 실제로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청자가 신뢰하기 쉬운 ‘의사 제작 영상’조차 상당수가 의학적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과학기술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강은교 국립암센터 교수 연구팀은 암·당뇨병 관련 유튜브 영상 309개를 정밀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회지(JAMA) 네트워크 오픈’에 게재하며 건강 정보 콘텐츠의 질적 수준에 경고를 보냈다. 연구팀은 지난해 6월 20~21일 유튜브에 게재된 암·당뇨병 관련 영상들을 수집해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해당 영상들은 한글로 ‘암’ 또는 ‘당뇨’를 검색했을 때 노출되는 상위 콘텐츠로, 의학적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 수준에 따라 A등급부터 D등급까지 신뢰도를 평가했다.
조사 결과 수집된 영상의 75%는 의사가 직접 제작하거나 출연한 콘텐츠로 확인됐다. 이들 영상의 평균 조회수는 16만 4000회로,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질적인 의학적 근거를 갖춘 영상은 드물었다. 높은 수준의 과학적 증거를 제시한 A등급 영상은 전체의 19.7%로, 다섯 개 중 한 개꼴에 그쳤다. B등급은 14.6%, C등급은 3.2%로 나타났다.
반면 의학적 증거 수준이 매우 낮거나 근거를 찾기 어려운 D등급 영상은 전체의 62.5%를 차지했다. 이는 유튜브에서 접하는 건강 정보의 절반 이상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거나 신뢰도가 매우 낮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 우려되는 점은 정보의 질과 대중적 인기도가 반비례했다는 대목이다. 분석 결과 의학적 증거가 미약한 영상이 오히려 뚜렷한 증거를 제시한 영상보다 조회수가 35%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은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의료 콘텐츠 영상에서 의사의 권위가 실증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정당화하는 데 자주 이용되는 등, 신뢰성과 증거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음을 보여준다. 증거 기반 콘텐츠 제작 지침, 의료 전문가를 위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교육 강화, 참여도 지표, 과학적 엄밀성을 우선시하는 알고리즘 개혁이 필요하다"라며 제도적 보완책을 촉구했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유튜브 알고리즘이 조회수나 시청 시간 등 참여도 지표에만 치중할 경우, 과학적 사실보다 흥미 위주의 정보가 우선시될 위험이 크다고 분석한다. 특히 생명과 직결된 암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 정보는 잘못된 정보가 환자의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하거나 부적절한 자가 치료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성이 더 크다. 따라서 의료 전문가가 제작한 영상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신뢰하기보다, 객관적 근거가 명시돼 있는지 확인하는 시청자의 비판적 수용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의료인들 역시 전문 지식을 전달할 때 단순한 경험이나 주관적 주장에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