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터지면 한국부터… 삼성바이오, 전 세계 10억 회분 '이것' 확보
2026-02-0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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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100일 만에 백신 5000만 회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 방역망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손잡고 차기 팬데믹 발생 시 100일 안에 백신을 대량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하는 글로벌 백신 제조 네트워크의 핵심 거점으로 전면에 나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일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백신 제조 시설 네트워크(VMFN)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리처드 해쳇 CEPI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전 지구적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백신 제조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보건 안보를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향후 새로운 감염병이 유행할 경우 CEPI의 요청에 따라 백신을 신속하게 생산하여 공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CEPI는 2017년 다보스포럼에서 출범한 국제 연합체로 노르웨이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미래 신종 전염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 자선 단체들이 협력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30여 개국 정부와 글로벌 제약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단체는 아직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미지의 바이러스인 질병 X(Disease X)와 같은 위협에 대비해 다양한 백신 플랫폼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CEPI가 추진하는 100일 미션(100 Day Mission)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한 조치다. 100일 미션은 팬데믹 상황이 발생했을 때 100일 이내에 백신의 초기 승인과 대규모 제조 준비를 모두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초기 예산으로 약 288억 원(2000만 달러) 규모가 투입되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EPI가 지원하는 백신 후보물질을 생산할 우선 생산기업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실제 위기 상황이 닥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대 5000만 회분의 백신을 즉각 생산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한다. 원료의약품(DS) 생산 라인을 가동할 경우 완제의약품(DP)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0억 회분에 달하는 물량이다. 양측은 단순히 생산에만 그치지 않고 재조합 단백질 백신의 화학·제조·품질(CMC) 공정 개발을 고도화하고 예비 생산 능력을 확충하는 데에도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단순한 서류상 협약에 그치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응 훈련도 병행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야생형 H5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발병한 상황을 가정한 모의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항원 개발 단계부터 백신 제조와 공급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 공정의 속도와 안정성을 미리 검증해 실제 상황에서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생산 시설의 하드웨어적 역량뿐만 아니라 운영 프로세스의 소프트웨어적 완성도까지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이번 파트너십은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백신 생산 허브로서 입지를 굳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팬데믹 발생 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백신 물량은 CEPI의 요청에 따라 한국에 우선적으로 공급될 권리가 명시됐다. 이는 국가적 위기 시 백신 주권을 확보하는 실질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2021년 모더나의 mRNA 백신을 국내 최초로 생산하며 대규모 의약품 공급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당시 계약 체결 5개월 만에 백신 출하에 성공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제조 속도와 품질 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CEPI와의 협력은 그간 쌓아온 위탁생산(CMO) 경쟁력을 공익적 보건 안보 영역으로 확장하는 의미를 지닌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번 협력이 팬데믹 발생 시 신속하고 안정적인 백신 공급 생태계를 조성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백신 주권 강화는 물론,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과 제조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 세계 보건 안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대응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리처드 해쳇 CEPI 대표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조 인프라가 글로벌 감염병 대응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규모 백신을 신속하게 찍어낼 수 있는 시설이 확보됨에 따라 의료 취약 지역에 대한 백신 공급 속도도 이전보다 훨씬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글로벌 바이오 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번 행보가 단순히 수주 물량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국제기구와의 협업을 통해 기업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인 사례로 보고 있다. 백신 제조 기술의 고도화와 대규모 인프라의 결합이 향후 예기치 못한 감염병 위기에서 인류의 생존율을 높이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